“집 싸게 판 사람 신상공개”…급매물 사태에 도 넘은 '집값 방어'
“집 싸게 판 사람 신상공개”…급매물 사태에 도 넘은 '집값 방어'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9.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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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에 팔면 이웃에 피해” “매도-매수자 신상공개하자” 급매 단속 나선 단지들
공인중계업계 “급매물은 문의 올 경우에만 알려…호가 낮춘다 항의도”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최근 급매 거래를 한 매도인을 원망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전국 아파트 가격이 거센 조정국면을 거치고 있다. 이에 전국적으로 시세보다 수억원씩 떨어진 급매물 거래가 이어지자 주민들의 신경이 예민해지는 모습이다. 일부에선 “내 재산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매도인에 대한 집단행동까지 나설 태세여서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앞서 세종시는 2020년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률 모두 전국 1위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매매·전세가가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집값이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이 커진 데다,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지난해 9월 말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 5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긴 했지만, 상황이 1년째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실제 세종시 굵직한 아파트마다 실거래가가 떨어지고 있다. 2020년11월 최고가 11억2000만원을 찍었던 ‘가온4단지e편한세상푸르지오’ 전용 84㎡가 올 8월 6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집값이 5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이에 아파트 커뮤니티에 ‘급매로 내놓더라도 가오는 지킵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급매도한 소유주를 저격하며 "본인 급하다고 이기적으로 피해를 주는 게 맞다고 봅니까?” “명품 세종시의 이름에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급매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또한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경기 평촌시 푸른마을인덕원대우 전용면적 59㎡가 5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

KB부동산 기준 시세가 7억8000만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2억5000만원가량 몸값을 낮춘 급매다. 

그러자 부동산 정보 사이트 ‘호갱노노’ 커뮤니티에는 “24평 헐값에 매도한 사람 누구인가요?”, “7년 전에 사서 매도하신 분인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손해 안 보고 파심”, “매수자 신상도 현수막 걸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중개업소 이름부터 밝히자” 등 매도인과 매수인을 힐난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거래 물건의 동과 호수는 물론 매도인의 이익 규모까지도 확인되고 있다. 중개법인 한 대표는 “모바일 앱이 발달하면서 일부 플랫폼에서는 최근 실거래가가 어느 동 어느 층에서 발생했는지까지 나오다 보니 급매자의 신상을 알아내는 게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업계는 집주인들이 집값을 지키기 위해 여론을 조성하는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요즘 급매를 단속하려는 입주민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지난 4년여 동안 이어진 집값 상승기에는 호가를 더 높이려는 집단 행위가 이어졌다.

실제로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 ‘우리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부착하고, 최고가 대비 낮은 금액에 매물 등록하지 못하도록 권고하면서 교묘한 집값 담합에 나섰던 단지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왔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도 집주인들이 집값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아파트를 매도할 계획이 없는데도 최고가 대비 비싼 가격에 매물로 등록하자는 내용의 대화가 오가는 식이다. 

이에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호가를 지켜 달라는 항의 전화가 들어와 포털사이트에 등록한 매물을 삭제한 적이 있다"며 "그 뒤로 급매물은 연락처를 남기고 간 고객들에게만 알려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인중개사법은 가격 담합 등의 행위를 엄밀히 금지하고 있다. 특정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시세보다 비싼 값에 매물을 올리도록 강요하는 행위, 특정 부동산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이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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