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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21) 부실차주 채무조정과 회생 지원 시급
[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21) 부실차주 채무조정과 회생 지원 시급
  • 권의종
  • 승인 2022.10.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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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채무조정 제도, 다급한 활용안내 프로그램... 제도는 만드는 게 능사 아닌, 활용 늘리는 게 중요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의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에 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이사장 정종석)과 공동으로 새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를 부문 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금융소비자연맹,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권의종 칼럼] 못 믿을 게 지표다. 금융지표 또한 그러하다. 대출 위험은 커지나 연체율은 낮아진다. 7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이 0.22%에 그쳤다. 역대 최저치다. 착시 현상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정부와 금융회사가 부실차주의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허용해온 탓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다섯 번 연장됐다. 지난 9월로 끝날 예정이었으나 1년 더 연장됐다. 상환이 최대 3년까지 미뤄졌다.

정부 처지를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위기 대응시간을 충분히 줘 차주와 금융권 모두 충격 없이 연착륙하게 하려는 의도다. 부작용도 살펴야 한다. 채무 상환 유예가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부실을 키우는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상환 유예 조치가 연장될수록 원금은 물론 누적되는 이자를 갚지 못하는 부실차주와 좀비 기업이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 연장도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 만기 연장을 계속해주다 보면 빚이 줄기는커녕 되레 늘어날 수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폭발할 수 있다. 일시적인 위기라면 부실을 잠시 미뤄졌다가 경기가 살아난 뒤 상환을 유도하는 처방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이 과연 그럴 때일까. 경기침체, 물가상승, 금리 인상, 부동산 불안, 무역수지 적자, 환율 급등 등 다중 복합위기 국면이 이어지는 작금 상황에서는 일단 부실을 털고 가는 게 더 큰 충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실 정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나름 탄탄하다. 과도한 빚에 짓눌려 있는 차주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빚을 탕감받을 수 있는 채무조정제도도 여럿 운영된다. 유심히 살펴보면 유용한 정책과 제도가 적지 않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사적 채무조정제도, 즉 신속채무조정, 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이 대표적이다. 또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과 파산도 운영된다.

부실 정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 탄탄하나... 제도를 알지 못해 활용하지 못 하는 차주 허다

제도 내용도 체계적이다. 차주의 부실 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잘 설계돼 있다. 우선 일시적인 연체의 경우라면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연체 전 채무조성)이 유용하다. 연체 기간이 30일 이내이거나 실업이나 질병 등으로 연체 우려가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6개월 상환 유예를 받고 최장 10년 이내에서 상환 기간 연장과 원리금 분할상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연체 기간이 한 달 이상이면 프리워크아웃(이자율 채무조정)을 고려할 수 있다. 연체가 31일 이상 89일 이하이면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이자율을 30~70% 낮춰 받을 수 있다. 신청 서류가 간편하고 신청 다음 날부터 추심이 중단된다. 등록됐던 단기 연체정보도 해제되며,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되지 않아 신용회복에 유리하다. 최장 10년 이내 상환 기간 연장과 원리금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금융권의 채무가 과다하면 워크아웃(채무조정)이 좋다. 소득 대비 금융기관 채무가 과다해 90일 이상 연체된 경우에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다. 채무조정이 확정되면 이자는 감면되고, 원금은 최대 70%, 사회 취약계층의 경우 최대 90%까지 탕감받을 수 있다. 다만, 신복위의 채무 조정은 금융권 채무에 한하기 때문에 사채 등 비금융채무의 조정은 어렵다.

자영업자의 원리금 탕감은 새출발기금이 적합하다. 이 기금을 통해 채무를 감면받거나 대출금리를 낮춰 받을 수 있다. 연체 기간이 90일 이상 장기연체에 빠진 부실차주의 보유재산 가액을 넘는 부채, 이른바 순 부채의 60~80%에 대해 원금조정이 가능하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는 최대 90% 감면율이 적용된다. 연체 기간 90일 미만의 부실우려차주는 원금감면 혜택은 없으나, 최고 연 9% 이하로 이자를 내려받을 수 있다. 

차주 스스로 지원창구 찾을 걸 기대하는 건 탁상행정... 퇴직금융인 활용해서라도 제도 알려야

소득은 있으나 다중채무인 경우라면 개인회생이 유용하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는 법원을 통한 채무조정, 이른바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다. 은행 대출, 신용카드 대금, 대부업체와 개인 사채 등이 모두 조정 대상이다. 개인회생은 3년 동안, 최장 5년까지 최소생활비 인정금액을 제외한 금액을 매달 상환하면 이후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아예 소득이 없어 빚을 갚을 수 없다면 개인파산을 고려할 수 있다. 가진 재산으로 빚을 일시에 청산하고, 남은 빚은 탕감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금융기관 이외의 채무가 많고, 개인회생으로도 갚기 어려운 경우에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면책 결정 시 최장 5년간 정보가 등록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제도만 잘 마련되면 뭐하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정작 제도를 알지 못해 활용치 못하는 차주가 부지기수다. 혼자서 고민하고 끙끙 앓다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빚의 종류나 재정 상황에 따라 상환 시나리오가 달라져야 하는데, 당장 눈앞의 빚만 끄려다 최악까지 치닫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양한 채무조정수단 활용이 가능한데도 빚을 진 사람은 심리적·경제적 위축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적절한 선택을 하기 어렵다. 

제도는 만드는 게 능사일 수 없다. 널리 알려 활용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더구나 부실차주의 채무조정과 회생은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다. 차주가 스스로 알아서 지원창구를 찾을 거로 기대하는 거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홍보 인력이 모자라면 금융해설사, 금융교육 전문강사, 퇴직금융인을 활용해서라도 제도를 빠르게 알려야 한다. 이게 늦어지면 부실 위기가 산업과 금융권, 경제 전체로 확산하는 걸 막을 수 없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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