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나연 기자]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과 맞닿아 있는 해밀톤호텔이 본관 후면 테라스를 무단 증축해 5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을 인지하고도 철거하지 않고 벌금을 내면서 '배짱 영업'을 지속한 것이다.
4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김태수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 주택정책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밀톤호텔은 지난 2013년부터 본관과 별관에서 모두 무단 증축이 적발돼, 위반 건축물로 등록됐다.
적발된 건수는 지난해까지 9년 동안 본관 3건, 별관 4건 등 총 7건에 달한다. 해밀톤호텔은 이로 인해 이 기간 총 5억553만3850원의 이행강제금을 냈다.
이 기간 매년 5617만원의 벌금을 낸 것이다. 하지만 호텔 측은 단 한 건도 철거 등 시정 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로 불법 증축을 해왔다.
이행강제금은 위반건축물로 적발됐을 때 구청의 1·2차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부과된다. 동일인이 3년 이내 2회 이상 적발되면 금액은 2배로 가중 부과하나 위반건축물은 근절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해밀톤호텔은 불법 증축한 건물을 운영해서 이행강제금을 부담하고도 적지 않은 수익을 냈다. 해밀톤호텔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당기순이익은 9억5515만원이었다.
이에 불법 증축 단속에 소극적이었던 구청을 향한 비판도 나온다. 시정이 이뤄지지 않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구청은 해당 업소를 고발하거나 운영 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용산구청은 해밀톤호텔에 이행강제금 부과 외에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태수 시의원은 “5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돼도 시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의 행정조치가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서울시는 용산구와 함께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해밀톤호텔과 인근에 불법 테라스를 조성한 음식점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구청과 협의해 번화하고 과밀한 지역을 현장 전수조사하고, 이 과정에서 발견된 불법 점유시설은 즉시 정비해 적정한 규모의 유효도로 폭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저층부에 무단 증축한 사례를 적발해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제대로 조처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뿐 아니라 고발 등 강도 높게 대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