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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절실해진 대한민국의 선진화
더 절실해진 대한민국의 선진화
  • 임정덕
  • 승인 2022.11.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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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덕 칼럼]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초단기간에 선진국 반열에 도달한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적인 기록이지 한국의 제도나 국민의식도 같은 수준으로 같이 선진화됐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물적 인프라나 재정 여건 등은 갖췄으나 그 운용이나 운용자의 의식구조는 다 선진화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디지털 정부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그 운용자들, 특히 안전관리 책임의 일선인 경찰의 지휘 체계에서 지휘관들의 태만과 무능은 사고 자체와는 다른 측면에서 충격 그 자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관계자 모두가 제대로 열심히 했더라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제때에,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해보지 못했다면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재난 사고가 아닌 국가 안보상의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그 담당인 군대가 경찰이 이번에 했던 행동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상상해 보면 소름 끼친다. 여느 사고도 같은 차원이지만 전쟁이나 전투에서는 한순간의 지체나 방심이 전체의 결과를 좌우한다. 철저한 준비를 전제로 즉각적 대응 능력이 갖춰져 있어야 막을 수 있고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북의 핵 위협에 이미 노출돼 있고 끊임없는 도발에 시달리는 중이다. 비록 무기나 전투 인프라 측면에서는 우리가 앞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대로 쓰거나 제때에 대응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여기에서 우리의 안보 태세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이 나온다. 이번에 치안이 노출한 문제점을 안보 부문은 가지고 있지 않은지? 더 나아가 나라와 사회의 모든 부문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는 매우 빠른 발전 속도에서 기인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여러 가지 괴리와 모순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제도와 그 운용 측면에서, 나아가 의식과 관행에서 선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많은 문제와 미비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봐야 한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제대로 된 선진화가 명실공히 이루어져야 하고, 이번이 그 새로운 시발점의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런 선진화 시도의 한 예로 정치와 관련된 제도, 특히 국회의원의 수, 대우, 선출 방법, 국회 운영 등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제대로 논의된 뒤에 국민의 참된 뜻을 물어야 한다. 정치와 관련된 더 근본적인 문제, 예를 들면 권력구조의 개편이나 체제를 바꾸는 일은 개헌이라는 어려운 논의와 복잡하고 긴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선뜻 시작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처우와 국회 운영 방법, 의원 정수와 같은 사안들은 얼마든지 논의를 시작해 결론을 낼 수 있다. 국회나 국회의원은 나라의 선진화와는 관계없는 별세계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지난 번 국회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여 통과시킨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즉 ‘검수완박’은 차원을 달리하지만 엄청난 대형 사고였고, 그 때문에 이번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서도 수사나 조사 주체와 관련된 어려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를 가장 자주 저지르면서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자기들 밥그릇과 권리만 챙기는 국회와 국회의원부터 한국 선진화 작업의 대상으로 삼아 진지한 논의와 더불어 개혁을 시작하는 것이 참된 나라 발전의 또 다른 시작이자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도리의 하나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임정덕 ( jdlim@pusan.ac.kr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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