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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붐의 현실과 미래...‘미스터 에브리싱’ 빈 살만 방한이 남긴 것
중동붐의 현실과 미래...‘미스터 에브리싱’ 빈 살만 방한이 남긴 것
  • 정종석
  • 승인 2022.11.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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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기간 동안 사우디 정부·기관·기업들이 한국 정부 및 삼성 등 민·관과 300억달러(약 40조2000억원) 규모 총 26건의 투자·업무협약(MOU) 계약 쳬결...2019년 방한 당시 그가 국내 기업들과 체결했던 MOU가 총 8건이었으나 이 가운데 절반만 사업과 연결됐다는 점을 유념해야...국민의 진정한 알 권리를 위해서는 본계약과 MOU,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명확히 구분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이달 방한했던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불과 20여 시간에 불과한 짧은 체류시한 중 숱한 화제를 남겼다.

빈 살만 왕세자자 투숙한 소공동 롯데호텔 로열 스위트룸은 1박에 2200만원으로, 왕세자 일행은 선발대를 고려해 방한 전후로 2주간 해당 호텔의 객실 400여 개를 대여했다.

방한중에 사용할 용도로 식기 1억원어치를 새로 구입했다고 한다. 호텔 측에서 제공하는 식기는 기본적으로 이슬람교에서 허용하지 않는 음식을 담았다는 점이 새 식기를 구매한 이유로 보인다.

롯데호텔 3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과 빈살만 왕세자 방인 32층 로열스위트룸 창문에는 모두 40여 장의 방탄유리를 새로 설치하기도 했다. 그가 떠난 뒤에도 사우디 측 인력 200여 명이 남아 생체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모발과 지문 등을 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은 지난 17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에서 2시간 30분간 만났다. 그는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7일 입주한 한남동 관저를 찾은 최고위급 귀빈으로도 기록됐다.

빈 살만은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총수들을 숙소인 롯데호텔로 불러 차담회를 가졌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이 그가 머물렀던 롯데호텔에 달려가 세일즈에 응했다.

빈 살만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의 사진을 뒤에 걸어놓고 롯데호텔 방 안쪽 1인용 상석 의자에 앉았다. 그 측면으로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회장 순으로 3인용 소파에 비좁게 앉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 8명은 빈살만 왕세자 앞에서 단체면접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빈 살만은 지난 2019년 6월에도 우리나라를 찾은 바 있다. 그때도 융숭한 대접을 받고 간 적이 있으나, 이번 만큼은 아니었다. 3년 만에 다시 방한한 그에 대한 관심은 이전과는 딴판일 정도다.

1970년대 경제위기를 공격적 중동진출로 극복한 것처럼 이번에도 사우디발(發) 특수가 기회가 될 수도

이처럼 빈 살만이 이번 방한에서 수퍼국빈급 예우를 받은 것은 그가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의 왕세자로, 현 살만 국왕의 대를 이를 0순위 후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보유한 재산은 2800~3000조원 수준의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한국정부의 2023년 예산이 639조원 수준인 걸 보면 빈 살만의 재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짐작할 만 하다.

그래서 붙은 그의 별명이 '미스터 애브리싱(Mr. everything)'이다. 지구상에서 빈 살만 처럼 '모든 걸 할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지 긍금하다.

현재 사우디의 실권을 빈 살만이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일즈를 잘하면, 이를 통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빈 살만은 ‘탈석유' 경제가 핵심인 ‘비전 2030’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총 사업비만 한화로 약 650~700조원 안팎의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가장 눈길을 끈다. 그 금액은 우리나라 1년 예산인 약 650조보다 많고, 규모도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토목, 건설 사업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기간 동안 사우디 정부·기관·기업들이 한국 정부 및 삼성 등 민·관과 300억달러(약 40조2000억원) 규모 총 26건의 투자·업무협약(MOU) 계약을 맺었다. 윤 대통령이나 기업들은 해외(사우디)에 직접 나가지 않고서도 안방에서 엄청난 경제외교 성과를 거둔 셈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3중고에다 무역적자로 고전하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유가로 1970년대 오일쇼크 때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 위기를 공격적 중동진출로 극복한 것처럼 이번에도 사우디발(發) 특수가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법적 강제력이 약한 양해각서(MOU) 성격의 투자라는 점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중동 특수’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그가 2019년 방한 당시 국내 기업들과 체결했던 MOU가 총 8건이었으나 이 가운데 절반만 사업과 연결됐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9년 6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정부 간 협력 2건, 기업·기관 간 협력 8건 등 총 10개 분야에서 83억달러(당시 9조6000억원) 규모의 MOU 및 계약을 체결했다.

세일즈 외교와 MOU 체결의 성과에는 '함정'...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 체결한 MOU 대부분 ‘공수표’ 

당시 국내 기업들과 맺은 계약 8건 중 4건은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건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와 관련성이 높은 정유·석유화학 위주의 사업이다.

에쓰오일,SK가스,현대오일뱅크,현대중공업과 맺은 4건의 MOU만 사업이 진행중일 뿐 나머지 현대차, GS, 효성,DL그룹과 맺은 4건의 MOU는 진척이 없다고 한다. 해당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설명한다.

세일즈 외교와 MOU 체결의 성과에는 함정이 있다. MOU(양해각서)란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로, 서로 이해한 것을 정리해 둔 내용이라는 의미다. 국가 간 합의 가운데 격식과 구속력이 가장 낮은 단계에 해당한다. 법적 구속력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이었던 2013년 미국 방문 당시 7개 기업으로부터 3억8000만 달러의 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제대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1개 뿐이었다. 가장 규모가 큰 솔로파워의 태양전지 모듈 제조 사업은 산업단지 부지 계약조차 해지됐다.

자원 외교에 앞장섰던 이명박 정부의 MOU도 대부분 ‘공수표’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동안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를 통해 맺은 MOU는 모두 96건이다. 이 가운데 본계약으로 발전한 사업은 16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본계약을 맺고도 탐사 후 경제성 부족 등으로 이미 철수한 사업도 6건이나 됐다.

여기서 빈 살만과 관련해서 간과할 수 없는 게 2018년 10월의 카슈크지 사건이다.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 온 워싱턴포스트의 사우디 언론인 카슈크지는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잔혹하게 살해됐다.

터키 정부는 사우디 비밀 정보요원 15명이 카슈크지를 고문, 살해하고 시체를 토막 냈다고 했다. 미국은 카슈크지를 눈엣가시로 여겨왔던 빈살만 왕세자가 암살을 사전 승인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인물에게 경제적 성과와는 별개로 한국 정부와 재벌총수들이 과도한 예우를 하는 건 뭔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정부나 재벌들이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역대 대통령 모두 관행처럼 순방외교 성과를 부풀려온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치적 쌓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국민의 진정한 알 권리를 위해서는 본계약과 MOU,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실적을 부풀려 일시적으로 오른 지지율은 거품에 불과하다는 역사적 경험을 모두들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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