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정윤승 기자] #. 직장인 박 모 씨는 최근 신용대출 2500만원을 상환했다. 대출 금리가 연 8%를 위협하고 있어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빚을 줄이는 게 시급해, 마침 정기예금 만기도 돌아와서 월급까지 끌어모아 빚 갚는 데 돈을 모두 썼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이 고금리 여파로 뒷걸음치면서 올해 18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5일 693조6469억원으로, 지난해 말 709조529억원보다 15조4060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은 6조3564억원 는데 반해 신용대출이 8조2068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도 줄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02조667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910조1049억원보다 7조4379억원 감소했다.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까지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역시 올들어 10월까지 9조6812억원 감소했다.
월별 대출잔액 통계는 2003년 10월부터 집계됐는데, 지금까지 예금은행은 물론 전체 예금취급기관 기준으로도 연말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말보다 줄어든 적은 없었다. 이에 따라 올해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첫 감소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중은행 주택담보·신용대출 금리의 고공행진에 따른 이자 부담 가중과 하반기 단기 시장 유동성 경색으로 분석된다. 실제 금리는 올해 초 4%대 후반에서 최근 8%를 위협하고 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급감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과 더불어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당국은 해마다 12월이면 은행들에게 다음해 가계대출 증가액과 증가율을 요구해왔었다. 가계 대출 총량을 관리해온 것이다.
하지만 올해 연말은 은행들에게 아예 내년 가계대출 관리 목표조차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부가 가계대출 부진 여파에 따라 대출 총량 관리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 대출 상환액이 늘면서 사실상 가계대출 총량 관리 의미가 없어졌다"며 "고금리가 지속되는 동안 가계대출 감소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