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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배달앱 소멸과 소아청소년과 붕괴...정부도 '낄끼빠빠'해야
공공배달앱 소멸과 소아청소년과 붕괴...정부도 '낄끼빠빠'해야
  • 권의종
  • 승인 2022.12.1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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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21개였던 공공배달앱 중 15개 내외만 운영...하루 이용자 1,000명을 넘는 앱은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대구시 등이 운영하는 일부 앱에 불과... 2023년도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참담...정원 207명에 33명이 지원, 15.9%에 그쳤고 2020년 74%, 2021년 38%에 비해서도 대폭락...준비 없는 시장 개입은 ‘필패’...정부는 나설 데만 나서고, 나서면 좋은 성과 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부가 나서서 잘되는 게 별로 없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잘 드러난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배달앱이 그 한 예다. 중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거대 예산을 들여 만든 ‘착한 배달앱’이 제구실을 못 한다. 2020년 3월 전라북도 군산시가 중개수수료 없는 ‘배달의명수’를 낸 걸 필두로 중개수수료 1~2% 안팎의 공공배달앱이 전국 지자체에 유행처럼 번졌다.

그런 공공배달앱이 소멸 중이다. 하나둘 자취를 감춘다. 지난해 말 21개였던 공공배달앱 중 15개 내외만 운영된다. 천안시 ‘배달이지’, 대전시 ‘부르심’, 춘천시 ‘불러봄내’가 사업을 멈췄다. 진주시와 통영시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2021년 경상남도 최초로 공공배달앱을 도입한 거제시도 사업을 끝낼 방침이다. 제주도 등이 새로 공공배달앱을 도입했으나, 올해 들어 7곳이 사업 종료나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운영 중인 공공배달앱도 악전고투다. 하루 이용자 1,000명을 넘는 앱은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대구시 등이 운영하는 일부 앱에 그친다. 하루 활성 이용자 수 100만 명이 넘는 배달의민족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낮은 중개수수료에도 공공배달앱이 외면받는 이유는 가맹점 열세가 크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입점 업체를 늘리고 배달 라이더를 돌리는 배민, 쿠팡 등과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지자체 의존도가 높은 게 강점보다 약점으로 작용한다. 가령 10만 원을 충전하면 10%인 1만을 돌려주는 방식의 지역 화폐와의 연계 말고는 이렇다 할 유인이 없다. 배달 주문 시 지역 화폐를 쓸 수 있다는 게 소비자를 견인했으나, 정부가 2023년부터 국비 지원중단을 밝히면서 상황이 암울해졌다. 정부의 섣부른 시장 개입이 부른 당연한 귀결이다. 

혈세 들여 만든 지자체 공공배달앱 소멸 중...정부의 섣부른 시장 개입이 부른 당연한 귀결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데는 따로 있다. 소아과 인프라 붕괴다. 2023년도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참담하다. 정원 207명에 33명이 지원, 15.9%에 그쳤다. 2020년 74%, 2021년 38%에 비해서도 대폭락이다. ‘빅5’라 불리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중 아산병원만 정원을 채웠다. 세브란스병원은 11명 모집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여타 병원들의 사정이야 오죽하랴. 

보건복지부는 소아청소년과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공공정책수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참여 기관의 인력 수준과 진료 성과 등을 평가, 진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손실을 최대한 보상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실효성을 의심한다. 문제 해결 대책이 못 된다는 평가다. 수가 자체가 적은 수준이 아니라, 살아남지 못할 정도라는 절박한 하소연이다. 

소아과 특수성도 헤아리지 못한다. 아이는 의사 진찰에 협조적이지 않아 진료시간이 길고 보조 인력이 필요하다. 약물 치료량이 적어 약제 매출이 낮다. 검사 장비 사용 빈도도 낮다. 비급여라 할 만한 항목이 거의 없어 수익을 내기 어렵다. 수련 과정은 고달프다. 소아 입원 환자를 돌보는 의사는 24시간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다. 업무 강도는 높고 근무 시간이 긴 데 보상은 낮다 보니 전공의 지원을 꺼릴 수 밖에 없다. 

부족은 유인으로 메워야 한다. 낮은 보상을 높여야 한다. 돈이 전부는 아니나 사명감에만 기댈 순 없다, 미국의 10분의 1 수준으로 책정된 낮은 수가체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MRI 검사 비급여화 등 건강보험 혁신으로 재원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정부가 직접 재정에서 부담해야 맞다. 영유아 문제는 금 시대의 긴급 화두다. 저출산 해소와 직결되는 국가적 중대사다. 

의료서비스도 엄연한 공공재...시장에서 공급 어렵거나 불충분한 공공재는 정부가 책임져야

정부가 출산율 제고와 영유아 양육, 청소년 교육과 급식을 위해 무진 애를 쓴다. 2023년 1월부터 만 0세와 1세 아동이 있는 가정에 ‘부모급여’를 지급한다. 만 0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월 70만 원, 만 1세 아동 가정에는 월 35만 원을 준다. 2024년부터는 만 0세 월 100만 원, 1세 50만 원으로 올린다. 만 24개월을 넘으면 만 7세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매월 20만 원의 양육수당을 제공한다. 또 만 8세 미만까지 아이에게는 매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공여한다. 

시간제 보육, 아동 돌봄서비스도 늘린다. 2027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도 연 500곳씩 확충한다.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은 벌써 실시 중이다. 중학교 무상교육은 1985년 도서·벽지 지역부터 시작, 2002년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2019년 2학기부터 3학년을 시작으로 2021년 전 학년으로 확대됐다. 무상급식도 고등학교 학생까지 제공된다. 그리 박하지 않은 유아·청소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유독 의료에만 인색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시장실패 치유자로서 정부의 역할은 필수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보이지 않는 손’이 제구실을 못 해 시장실패가 생길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요소가 나타나면 이를 바로 잡는 건 정부가 의당 해야 할 일이다. 시장에서 공급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못한 공공재는 정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의료서비스도 엄연한 공공재다. 정부가 소아과 인프라 붕괴를 서둘러 막아야 하는 이유다. 

일부 대형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환자 입원을 중단했다. 중증 환자는 물론 응급진료 축소가 이어질 기세다. 그냥 내버려 뒀다간 통제 불능의 상황에 이르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준비 없이 시장에 개입하면 필패다. 공공배달앱처럼 정부의 선의가 부작용을 낳고 만다. 모름지기 정부는 나설 데만 나서고, 나설 때는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꿩 잡는 게 매 아닌가.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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