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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자책골(?)'...업종 분류 부주의가 공정위의 검찰고발 빌미 준 듯
카카오의 '자책골(?)'...업종 분류 부주의가 공정위의 검찰고발 빌미 준 듯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12.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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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15일 김범수 개인회사 검찰고발. 금융회사가 의결권 행사했다고.
카카오측은 금융회사 아니라고 반발중...하지만 회사업종 소개에는 금융사로 표기
분류 부주의 또는 실수로 공정위에 빌미준 듯...다른 중대 혐의점 포착되었을 수도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카카오 계열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 및 카카오게임즈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는 자신이 소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기업이다. 2007년 소프트웨어 개발업과 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 작년 매출(영업수익) 3085억원의 구성을 보면 보유중인 카카오 지분 일부를 팔아 생긴 매도가능증권처분이익 2978억원을 비롯, 예치금이자(1.46억원), 유가증권이자(14.3억원), 배당금수익(49.7억원), 단기매매증권처분이익(6.96억원), 매도가능증권 손상차손환입(29.7억원), 임대수익(3.91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21년 케이큐브홀딩스의 매출(영업수익) 내역
▲21년 케이큐브홀딩스의 매출(영업수익) 내역

보유 유가증권과 부동산에서 생긴, 주식매각 수익과 이자, 배당금, 임대수익 등이 전부다. 당초 업종인 소프트웨어개발 및 공급 관련 수익은 전무하다. 일종의 투자회사라 볼수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 9월말 기준 카카오 지분 10.51%를 보유해, 김범수 창업자(지분 13.27%)에 이어 카카오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3대주주 국민연금(6.42%) 보다도 지분율이 높다. 이 회사는 또 카카오게임즈 지분 0.91%도 보유중이다.

공정위는 이 회사를 금융회사라고 규정짓고, 이 회사가 2020년과 2021년 카카오와 카카오케임즈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보유 주식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의 의결권 행사는 이른바 금산분리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영업수익 대부분이 금융수익이(어서 사실상 금융회사이), (케이큐브가 20207) 정관을 바꾸어 업종에 금융투자업까지 추가해 놓고도 2021년에 또 의결권을 행사해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완강히 반발하고 있다. 금융업을 하지 않는 회사를 금융회사로 판단한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일반기업처럼 보유자산을 운영 관리하는 금융상품 소비자에게 불과하기 때문에 제3자 자본을 조달해 사업하는 금융회사의 본질적 특징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측은 정관상 사업목적에 기타 금융투자업을 추가한 것은 주식배당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인 우리 같은 비금융회사의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마땅한 분류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언론에 해명하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내부 검토를 거쳐 행정소송, 집행정지신청 등 필요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측 주장대로 금산분리 취지상의 금융회사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은게 사실이다.

김범수 개인자금 100억원을 초기자본금으로, 2007년 출발한 케이큐브홀딩스의 2007년말 차입금은 단기차입금 5백만원 밖에 없었다. 2017년 단기차입금이 2129억원으로 크게 늘기도 했으나, 작년에 보유 카카오 지분 일부를 매각한 돈으로 이 차입금도 대부분 갚아버렸다. 작년말 남은 단기차입금 잔액은 단 3억원.

자본금과 차입금외에 영업이나 회사 운영을 위해 일반 투자 등을 받은 흔적은 전혀 없다. 은행이 아니니까 당연히 예금 등도 받지 않았다. 초기자본금 100억원중 31.6억원을 들여 카카오 지분 37.68%를 확보해둔게 이후 두고 두고 큰 효자가 되었다. 카카오의 계속된 급성장과 카카오와 다음 합병 등을 거치며 매년 지분법이익이나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 등이 계속 엄청 커져 왔다.

그러나 이 이익들은 모두 장부상 이익이었기 때문에 실제 매출(영업수익)2018년에 처음 발생(8.5억원)했다. 장부상 평가이익과 자본총계는 조 단위로 커졌지만 실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20년까지 거의 계속 적자상태였다. 임직원수가 4~5명에 불과한 회사라 그런대로 유지는 할수 있었다.

작년에야 보유 카카오 지분중 0.67%의 매각자금 2978억원 덕분에 매출이 3085억원으로 크게 늘고(20년 매출 175억원), 사실상 처음으로 대규모 흑자전환을 했다. 작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955억원 및 2179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초기자본금과 차입금 등으로 국내외 다른 주식이나 채권투자 등도 한다고는 했으나 시원치 않아 계속 적자상태이다가 보유 카카오 지분 일부를 내다판 덕분에 일거에 초우량기업으로 변신한 셈이다.

주로 카카오및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지분투자와 일반 유가증권투자. 그리고 보유 부동산에서 생기는 약간의 임대수익 등으로 살아온 회사라고 볼수 있다. 카카오 지분 관련 수익이 압도적이어서 카카오지분 투자관리회사라는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중인 지분증권(매도가능증권)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중인 지분증권(매도가능증권)

한국형 금산분리 제도는 과거 재벌들의 은행 소유를 막기위한 것이었다. 자기 돈이 아닌, 투자자들이 맡긴 은행이나 금융회사 돈으로 재벌들이 기업 지배력을 늘리고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할까봐 만든 제도다. 은행 돈을 재벌 쌈짓돈처럼 쓰다가 IMF 같은 경제위기를 맞으면 재벌도 은행도 모두 망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의 금산분리와 금융회사라면 케이큐브홀딩스는 금융회사로 보기 어렵다고 해야할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회사처럼 일반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나 예금을 받은 적이 없다. 김범수 개인자금과 차입금으로 굴러온 일종의 투자관리회사다.

투자회사가 자기 보유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는게 불법이라면 현재 많은 다른 재벌들이 운용하고 있는 순수 지주회사나 준지주회사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길수 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작년 별도기준 영업수익(매출) 9898억원을, 보유 계열사 지분에서 생기는 배당수익 5182억원, 역시 계열사들로부터 거둔 상표권 사용수익 3408억원, 임대수익 1306억원으로 각각 올렸다. 보유 지분에서 생긴 배당수익이 매출의 절반을 넘는다. 케이큐브홀딩스처럼 영업수익의 절반 이상이 금융수익이다.

케이큐브홀딩스와 크게 다를바 없는 사업구조다. 그런데도 ()LG는 금융회사라고 부르지 않고, 보유중인 계열사 지분들을 통한 의결권 행사에도 제한이 없다. LG의 최대주주인 구광모 LG회장은 이 지주사를 통해 LG 전 계열사들을 굳건히 장악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비슷한 사업구조인데, 한쪽은 지주회사로 전환했다고 금융회사로 간주하지 않고, 합법이라면 누가봐도 문제라고 말했다.

공정위도 이런 점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고발까지 강행한 것을 보면 장부상으로 알수 없는 다른 숨겨진 문제가 있거나 카카오측의 업종분류 실수 가능성 등도 생각해볼수 있다.

케이큐브홀딩스 감사보고서의 기업개황자료를 보면 2019년말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업종은 경영컨설팅업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2020년말에는 업종이 기타금융투자업’, 21년 작년말에는 그 외 기타분류안된 금융업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이렇게 바꾼 이유를 최근 공정위 고발후 스스로 언론에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20년 이후부터 스스로 금융업 또는 금융투자업을 한다고 공개천명한 것은 사실인 것이다.

매년 감사보고서 기업개황자료에 공시된 케이큐브홀딩스의 업종분류 변화

2019년말까지

2020년말

2021년말

경영컨설팅업

기타 금융투자업

그 외 기타 분류안된 금융업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정위 입장에선 당신들 스스로 금융업 또는 금융투자업을 한다고 했으니 우린 법에 따라 판정을 한것이라고 해명할수 있는 빌미를 주었을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 10월 카카오톡 플랫폼 먹통사태 발생후 카카오나 네이버 등에 대한 현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안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가 공정위에 한 빌미를 준게 아닌가하는 정보통신업계의 추측이 적지않다고 귀띔했다.

실제 IT정보통신업계에선 이번 공정위 고발이 사실상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의 지배구조를 겨냥한 것이고, IT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신호탄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카카오 및 카카오계열사 주가도 공정위 고발 발표후 일제히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업종 설명을 애매하게 투자회사 정도로 해도 될텐데, 굳이 한국표준산업분류까지 따져가며 금융업이라고 추가한 것이 다소 경솔한 처사 또는 실수가 아니었냐는게 이들이 시각이다.

감사보고서 상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케이큐브홀딩스를 금융회사로 볼만한 다른 혐의점 같은 것이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걸려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초기 김범수 투자금 100억원의 내용이나 성격, 장단기 차입금 등에 무언가 미심쩍은 것이 있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공정위가 주문했을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아무튼 IT정보통신업계 등에선 금융회사로 판정하기에 상당한 애매모호성 때문에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을 굳이 검찰고발까지 해버린 공정위의 기류가 큰 관심대상이다.

공정위의 의지나 판단보다 현 정부 핵심부의 기류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추측하는 사람들도 많다. 카카오 판교화재 사태 등에 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리면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에 대한 후속타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선들도 적지않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 2013년부터 2020년초까지 7년여 동안 김범수 창업자의 친동생으로 알려진 김화영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20년말부터는 김탁흥이라는 사람이 대표이사로 되어있다. 김화영씨는 20년초 일신상 이유로 회사를 그만 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이사 교체후 큰 폭의 매출과 흑자가 난 것으로 보아 그동안의 경영실적 등이 교체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카카오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요 대주주(()안은 보통주 지분율 %)

케이큐브홀딩스(21년말기준)

카카오(229월말기준)

카카오페이(221212일기준)

카카오뱅크(229월말기준)

카카오게임즈(229월말기준)

김범수(100%)

김범수(13.27%)

케이큐브홀딩스(10.51%)

김상빈(0.06%)

김예빈(0.06%)

국민연금공단(6.54%)

MAXIMO PTE.LTD(6.05%)

소액주주(62.97%)

 

카카오(46.89%)

알리페이(34.61%)

국민연금공단(5.01%)

소액주주(11.20%)

카카오(27.18%)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3.20%)

국민은행(8%)

국민연금(5.66%)

소액주주(21.12%)

카카오(41.01%)

케이큐브홀딩스(0.91%)

김재영(6.55%)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김범수 창업자의 아들인 상빈씨(29)와 딸 예빈씨(27)도 삼촌 퇴사 후인 215월부터 이 회사에 들어와 벤처투자업무를 배웠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져 화제와 비판의 대상이 되자 작년 9월쯤 퇴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범수 창업자의 부인도 이 회사의 기타비상무이사라는 보도가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는다. 동생과 아들 딸 때문에 이 회사는 김 창업자의 경영권 승계문제에까지 얽혀 여러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작년초만 해도 김범수 창업자는 그동안 고생해온 가족과 친인척들에게 시가 1400억원이 넘는 카카오 주식 33만주를 나눠준다는 소식 때문에 훈훈한 미담과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아들과 딸이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결국 이 회사를 지주회사화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시키려는 포석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김 창업자 지분이 100%인 회사이고, 카카오 지분도 10.51% 갖고 있어 지주회사화가 이론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주사로 바꾸려면 좀 복잡하고 돈도 들지만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작년 경영권 승계의혹이 쏟아지자 김 창업자측은 이를 강력부인하면서 전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발표로, 한발 물러섰다.

한 업계 관게자는 "그 뒤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대표이사와 일부 임원들의 스톡옵션주식 물량 대량 매각, 카카오의 문어발식 기업확장, 카톡 먹통사태 등에 대한 비판이 틈만 나면 쏟아지면서 이 문제는 현재 쑥 들어가 있는 상태"라며 "공정위 고발로 케이큐브홀딩스가 다시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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