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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설업체, 자금사정 좋아진다면서 이해 안되는 '자금 돌려막기'
어느 건설업체, 자금사정 좋아진다면서 이해 안되는 '자금 돌려막기'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12.2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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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만기 길고 저금리인 계열사 자금 상환 4일후 고금리 초단기CP 2천억 발행
발행 3일후 이 돈 갚으려 고금리 CB까지 2천억 또 발행. 회사채 2500억 수요예측 시작
상식적으로 이해 안되는 복잡한 돌려막기. 우발채무 3.5조 돌아오는 내년1분기가 진짜문제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심각한 자금난을 겪다 롯데그룹 계열사 등의 긴급지원으로 한숨을 돌린 것으로 알려진 롯데건설이 최근 만기 보름 안팎의 초단기 고금리 CP(기업어음)를 발행했다가 이 CP 만기가 내달초로 금방 돌아오자 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다시 2천억원 규모의 고금리 전환사채(CB)까지 발행하고 있다.

CB는 여러 문제점이나 부작용 등 때문에 롯데 같은 대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들어서는 웬만하면 발행하지 않는 자금조달 수단이다. 롯데건설이 여전히 부동산PF 관련 자금조달에 쪼달리고 있는 정황으로 받아들여진다.

26일 롯데건설이 CB 발행을 위해 지난 22일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에 따르면 사모 형태로 발행되는 이번 CB의 납입일은 오는 30일이고, 표면이자율은 8.48%, 만기이자율 10.03%의 고금리다. 1년후인 내년 1230일부터 주식으로 바꿀수 있고,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롯데건설 기존 주식총수의 4.95%에 달하는 물량이다.

CB 인수자는 1년후인 내년 1230일부터 주식으로 바꾸지 않고, 원리금 조기상환을 요구할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수 있으며, 롯데건설 역시 1년후부터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건설이 공시한 CB 2천억원의 구체적 사용용도
▲롯데건설이 공시한 CB 2천억원의 구체적 사용용도

CBCB지만 이 CB를 발행하는 목적으로, 롯데건설이 단기 CP 차입금 상환목적이라고 밝힌 점이 더 눈길을 끈다.

롯데건설은 지난 19일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를 인수자로, 모두 2천억원의 CP를 발행했다. 금리는 모두 연10% 고금리로, 만기는 내년 12일과 4일이다. 만기가 보름 정도에 불과한 단기 CP. 불과 3일전 발행한 CP 차입금의 돌려막기용으로 3일만에 다시 CB발행을 결정한 셈이다.

일부 언론은 지난 22롯데건설의 자금사정이 풀려 롯데홈쇼핑에 11월 빌린 1천억원을 만기 보다 두 달 빨리 갚았고, 롯데정밀화학에서 빌렸던 3천억원도 지난 15일 모두 상환했으며, 롯데케미칼로부터 빌린 자금 상환도 검토 중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롯데정밀화학 공시를 보면 조기상환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금리 7.65%에 만기가 내년 2월인 롯데정밀화학 차입금 3천억원을 조기상환한지 4일만에 다시 10% 금리에 만기 보름 짜리 단기 CP를 발행하고, 다시 이를 갚기위해 부랴부랴 CB까지 발행하는 것이다. 금리가 더 싸고 만기가 더 긴 롯데정밀화학 차입금을 CB 발행때까지만 더 들고 있어도 단기 CP발행 과정은 생략할수 있었다.

왜 이런 복잡한 방식을 택했는지 궁금하다. 롯데건설의 자금사정이 여전히 녹록치 않고, 롯데 계열사들에도 여러 급한 사정이 있음을 추정할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CBCP보다 만기나 전환권 행사 시한이 더 길어 일단 한숨을 돌릴수는 있지만 인수자가 1년후 풋옵션을 행사하면 고금리까지 쳐주면서 상환해야하고, 주식전환을 청구하면 롯데건설 주식 지분을 줘야한다.

▲롯데건설이 발행할 CB 2천억원의 인수자 내역
▲롯데건설이 발행할 CB 2천억원의 인수자 내역

CB 2천억원 전액을 인수하는 에스프로젝트엘이란 회사의 정체도 궁금하다. 이 회사는 이수민, 장은재 2명이 지분 50%씩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만 공시되었을뿐 최근 결산기 주요 재무상황 등은 공시되지 않았다. 롯데건설은 회사 경영상 필요자금을 신속히 조달하기위해 납입능력 및 투자시기를 고려해 선정했다고만 밝혔다.

투자전문 SPC로 보이는 이 회사는 아직 매출이나 자산이 크지 않아서인지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다. 감사보고서도 없다. 지난 21일 유안타증권이 운용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에 단 하루짜리 100억원 초단기 투자를 위해 제1회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하고, 전문투자자 등록을 처음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다.

롯데건설은 CB발행과 별도로 내년초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하는 만기 1년짜리 회사채 2500억원 발행을 위해 26일부터 수요 예측에 들어갔다. 이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내년 1분기중에 돌아올 3.5조원에 달하는 각종 PF우발채무를 수습하는데 또다시 큰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관계기업 롯데건설 지원 때문에 큰 부담을 지고있는 롯데케미칼도 롯데건설 지원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금 마련 등을 위해 내년 1월중 12155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중이다. 상장기업인 롯데케미칼의 최대 주주는 롯데지주(25.59%)이며, 롯데물산(20%) 등 특수관계인 지분합계가 54.93%에 달한다. 롯데건설 때문에 전 롯데그룹이 허덕거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 등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은 지난 20일과 21일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씩 하향조정했다.

나신평은 등급조정 이유로, 롯데건설 미착공 사업장의 규모가 큰 가운데, 최근 분양경기 저하로 사업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점, 금융시장 경색 상황에서 대규모 현금유동성을 통해 PF유동화증권 차환에 대응했으나 이 과정에서 재무부담이 가중된 점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밝혔다.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연대보증 및 자금보충약정) 금액은 약 6.9조원으로, 이 중 착공 이전 사업장 관련 우발채무는 4.3조원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및 수도권 51%, 부산 등 5대 광역시 44%, 그 외 지역 5%.

전반적인 질적 구성은 양호한 수준이나 최근 금리 상승에 따라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 및 수도권에서조차 분양실적이 저조한 사업장이 발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착공 전 사업장의 불확실성이 상당수준 높아진 상황이라고 나신평은 설명했다.

나신평는 22년 중 분양개시한 일부 현장의 경우 저조한 분양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2023년에는 총 2.6만 세대(임대 제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임에 따라 분양위험에 대한 노출 수준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건설이 공시한 PF우발채무 관련 사항들
▲롯데건설이 공시한 PF우발채무 관련 사항들

나신평은 또 진행중인 사업장의 상당부분은 부동산 호황기에 착공돼 분양률이 우수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나 착공 전 사업장의 경우에는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 확대, 건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용 증가 등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하고 있고, 부동산 시세 하락으로 분양가 인하 등의 도급액 감소 요인도 발생,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수년간의 부동산 호황기때 지나치게 적극적인 주택 수주정책을 펼치다 2020년 말 기준 3.6조원이던 PF우발채무(연대보증 및 자금보충약정)202211월 말 약 7조원(69775억원)까지 크게 늘어났다.

이런 높은 우발채무 부담 때문에 최근 금융시장 경색 상황에서 PF 차입금 차환에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들로부터 유상증자 및 차입금 약 1.1조원, 자체 금융권 차입금 약 1.4조원 등 총 2.5조원의 현금유동성을 긴급 조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9월말 1.8조원이던 총차입금이 지난 20일 약 3.8조원으로 불과 두달여만에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재무부담이 크게 가중되었다. 향후 금융시장 경색이 완화되면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PF 차입금 차환 상황이 개선될 수 있겠지만, 건설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과거 대비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나신평은 전망했다.

롯데건설이 연대보증 및 자금보충을 제공한 PF 유동화증권은 2212월중에 약 4792억원, 20231분기에 3.5조원이 각각 만기도래한다.

롯데건설 공시자료에 따르면 작년 100% 완판을 기록했던 롯데캐슬 아파트 판매율은 올들어 미분양률 상승으로, 지난 9월말 64%로 크게 떨어졌다. 손실 위험성이 높은 미청구공사 규모도 지난 9월말 연결기준 8295억원으로, 총자산의 23.86%까지 치솟았다.

또 롯데건설의 지난 9월말 기준 대손충당금 설정금액은 7966억원으로, 전체 채권총액의 17.86%에 이른다. 대손충당금은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보고 미리 비용으로 잡아두는 금액을 말한다.

나신평은 "2211월 말 기준 시행사 PF에 대한 연대보증 2958억원, 정비사업에 대한 연대보증 1.1조원, 민간개발사업 관련 자금보충약정 5.5조원 등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와 미착공 현장 비중 77%(4.2조원) 등을 감안하면, 잠재적인 재무부담은 자본완충력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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