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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원로 경제학자 변형윤 교수 별세...분배 강조 '학현학파' 창시
진보 원로 경제학자 변형윤 교수 별세...분배 강조 '학현학파' 창시
  • 임동욱 기자
  • 승인 2022.12.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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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현학파' 한국 경제학계 3대 학파...홍장표 전 KDI 원장 학자들 文정부서 요직
고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앨프리드 마셜이 했던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셜은 그의 주저인 <경제학원리>의 첫 페이지에서 ‘경제학은 부(富)의 축적에 관한 연구인 동시에 인간(人間)에 관한 연구의 일부’라는 명언을 남겼다. 다시 말해서 경제학은 인간 중심의 학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현일지(學峴逸志)>(현대경영사·2019)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원로 경제학자인 학현(學峴)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별세했다. 향년 95세.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25일 “변형윤 명예 이사장께서 별세하셨다”고 밝혔다.

1927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난 변 교수는 경성중학을 졸업하고 1945년 서울대 상대 전신인 경성경제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28세인 1955년부터 모교 강단에 선 변 교수는 통계학·경제수학·계량경제학 등을 가르치며 정년퇴임한 1992년까지 후학을 양성했다.

'한국경제의 진단과 반성(1980)' '한국경제연구(1986)' '한국경제론(1989)' 등 많은 저서를 집필했고, 평등과 분배 정의를 지향하는 경제학을 연구했다.

변 교수는 서울대 교수 시절 4·19 혁명에 참여하는 등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군부정권 시기인 1980년 5월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으로 민주화 촉구 시국선언에 앞장섰다가 같은 해 7월 해직됐다. 이후 해직교수모임 활동으로 교수들의 복직을 이끌었다.

1982년 그의 아호를 따 설립한 '학현연구실'(현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전신)은 이른바 '학현학파'의 산실이 됐다.

학현학파는 성장 일변도의 한국 경제구조에 소득재분배라는 진보적 개념을 도입했고, 이 학파로 분류되는 학자들이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처에 기용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이자 '소득주도 성장' 정책설계자로 꼽히는 홍장표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박복영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이제민·이근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원승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브레인 역할을 했던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학현학파 인사들이다.

학현학파는 서강학파, 조순학파와 더불어 한국 경제학계 3대 학파로 꼽힌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를 태두로 한 서강학파가 성장주의를 강조한다면, 학현학파는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분배주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1984년 복직한 변 교수는 한국계량경제학회와 한국사회경제학회·한국경제발전학회 등을 설립해 연구에 힘썼다. 1987년 한겨레신문 창간위원으로 참여하고 1989년 경제정의실천연합 초대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현장 진보운동에도 힘을 보탰다.

그는 2019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현대경제학은 시장경제를 절대만능으로 여기고 이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만능은 아니다"라며 "경제학은 인간중심의 학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적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 아들 기홍씨와 딸 기원·기혜씨가 있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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