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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30) 새해 수출전략, 주도 면밀하게 준비해야
[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30) 새해 수출전략, 주도 면밀하게 준비해야
  • 윤영호
  • 승인 2023.01.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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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수주500억불 프로젝트’를 가동해 인프라 건설-원전-방산 분야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하고, 무역금융을 360조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 것은 수출전략의 핵심적인 근간...과거 중동해외건설 초창기 때 앞으로 남고 뒤로 손해보는 경우도 적지 않아...기왕에 수주한 프로젝트와 연관된 파생 프로젝트를 벽두부터 염두에 두고 설계할 필요...중요도와 시급성에 따라서 차별화한 접근이 필요하고, 주도 면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수출전략은 일장춘몽에 그칠 수도

지난 해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의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에 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이사장 정종석)과 공동으로 새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를 부문 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금융소비자연맹,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윤영호 칼럼]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발표한,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개혁 어젠다는 국내 문제지만,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 전략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것은 상대국가가 있는 국외 문제다.

특히 ‘수주500억불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인프라 건설, 원전, 방산분야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하고, 무역금융을 360조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 것은 수출전략의 핵심적인 근간이다.

이 같은 수출전략은, 얼마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네옴시티’ 건설을 염두에 두고 한국을 다녀간 후, 횡재에 가까운 수출기회가 한국에 선물처럼 도래한 듯, 장미 빛 꿈에 부풀어 있고, 최근 한국의 방산분야와 원전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 무지갯빛 꿈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갈 길은 생각보다 험난한 길이며, 곳곳에 숨겨진 지뢰처럼 리스크가 산재되어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동건설이 한 참이던 1970년대 80년대 우리는 보이지 않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큰 금액의 해외수주에 흥분한 나머지, 계약과정에서 디테일한 부분을 놓쳤던 사례를 교훈삼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대충 보는 것처럼 중동인들은 결코 허술하지 않다. 당시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이 각개 전투하듯 접근하면서 수주경쟁에 동시에 뛰어들었다. 우선 수주를 따고보자는 과욕에 사로잡혀 덤핑 또는 허술한 계약을 한 것은 우리에게 쓰라린 리스크를 안겨주었다.

아라비아상인들의 상술이 중국 상인의 그것보다 결코 못지 않아

그 결과 중동해외건설 초창기때는, 앞으로 남고 뒤로 손해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해외 공사가 끝나고 수 년이 지난 후에까지 생각 못했던 부분까지 A/S를 해 주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 복잡한 비자문제가 공기단축과 수익확대에 발목을 잡는 경우도 허다했다.

중동은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근로자에 적용되는 비자가 국가마다 형태가 다양하고 복잡하다. 대사관에서 여권사증위에 허락하는 일반적 입국비자 외에도, 별지로 발행해주는 템포러리 비자(일시 거주비자), 취업비자, NOC비자, 짧은 기간을 매번 연장하기 위해 일시 외국에 나갔다 들어와야 하는 비자 등, 불필요한 비용과 공기지연을 감내해야만 하는 까다로운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입국했던 여권상의 스탬프 흔적이 발견 될 시, 공항현장에서 입국이 거부되며, 같은 여권으로는 이미 블랙리스트에 등록되어 차후에도 입국이 제한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자국민(특히 왕족)들에게 주어지는 특혜성 이권제도가 공공연 하다. 일정수량의 비자를 개런티 할 수 있는 권리, 식수같은 생활필수품의 수입독점권과같은 권리, 외국근로자 여권과 비자를 보관관리하는 에이전트 권리 등이 그것이다.

필자가 당시 중동지역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것이 아라비아상인들의 상술이 중국 상인의 그것보다 결코 못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술에 능한 중국 비단이장사가 실크로드를 따라 중동에 물건을 팔아 많은 이익이 났더라도, 그곳에 머물고 돌아가는 동안 그 남은 것을 아라비아상인에게 다 떨구어 놓고 간다”라는 어록을 필자가 남겼던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초창기 이렇게 다양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우리 건설사가 망하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 고도성장기에 인플레이션과 국내 지가상승이 맞물려서 발주처로부터 받은 선수금으로 우선 국내 아파트부지나 공장용지 등을 사 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무조건 남는 장사였기에 가능했다. 한마디로 국내에서 기대 이상으로 보충될 수 있는 시절이었기에 자본축적과 기술축적이 지속적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계약과정에서 어려운 경험을 한 후, 뒤늦게 서야 우리 국내기업들이 나름대로 표준화된 일반 계약서모델(General Condition)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상황에 따라 계약에 응용하게 된 것은, 그나마 발전된 수주전략으로서 리스크를 줄여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경험을 살리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산업은 선두의 자리가 '양날의 칼'

방산(무기)수출 또한 정치적 고려사항이 일반 상품보다 훨씬 크다. 수출국 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열국들의 이해와 역학관계가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수출국 정권이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거래선과 거래종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화려하게 보이는 이 수출 프로젝트는, 꽃 길만 따라가서 다다를 수 없는 고도의 두뇌 게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정밀도가 요구되는 원전 플랜트수출이나 방산사업은 부품 하나라도 완벽해야 하고,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기술적인 A/S가 동반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수출이 어렵다. 과거 미국에서 발사된 우주선이 폭파한 것도 오링 하나 또는 볼트 너트 하나 잘 못된 것이 결정적 실패를 가져왔다는 것은 고가장비일 수록, 극히 작은 것까지 얼마나 치밀하고 꼼꼼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고 있다.

최근 중국의 방산 수출이 태국 등지에서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산업은 선두의 자리가 '양날의 칼'이다. 기술개발노력의 결과가 불확실하고 빠이로트 생산을 거쳐 표준화된 대량생산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 있는가 하면, 선두 매이커의 기준이 그 산업의 기준이 됨에 따라 한 번 길을 닦아 놓으면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그 길을 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연관된 사업의 링케이지 이펙트 (부품같은 하드웨어와 운영체계같은 소프트웨어)의 확정성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현시점에서 꿈에 도취되지 말아야 할 것은, 양국 정상간 주고받은 양해각서(MOU)는 일방이 포기해도 구속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 계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이전 정부때도 양해각서로만 끝난 경우는 허다하다. 국가차원이 아니라 개인 기업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긴장을 늦춰서도, 또 힘있는 제3국에서 끼어들 틈을 허락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리스크 예방 위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포트폴리오 원리 적용

쉽게 수주 약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의 수주기회를 쉽게 뺏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것도 언제든지 뺏길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집트의 현대판 파라오 프로젝트에 참가한 중국 건설수출이 중단위기에 이른다는 정보는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러기에 원자재 수입처도 다양화해야 하지만, 수출처 또한 다양화 하지 않으면 국제 정세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자산을 투자할 때, 리스크 예방을 위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포트폴리오 원리가 이 곳에도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기왕에 수주한 프로젝트와 연관된 파생 프로젝트를 벽두부터 염두에 두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수출상품 자체도 다양화하고, 파생상품과 파생산업의 발굴을 처음부터 염두에 둔 다차원적 전략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제시되는 모든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우리에게 전부 주어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중요도와 시급성에 따라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나의 정권임기 내에 반드시 성과를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가질 필요가 없다. 국내기업 간의 과도한 출혈경쟁을 피하고 차분하게 보완 상생함으로써 수익의 극대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후환경변화와 함께 지구 도처에 새로운 삶의 방식이 요구됨에 따라 계획도시나 플랜트 수요는 계속될 것이다. 위기 때 함께 찾아오는 절호의 기회를 담기 위해서는 새지 않고 깨지지 않을 법과 생산시스템과 자원활용의 효율적인 로드맵의 그릇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다급한 순간에 이르기 전에~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HCN지속협 대표회장

더뉴스24 주필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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