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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못내는 정책금융은 '무용지물'...아까운 나랏돈만 '탕진'
성과 못내는 정책금융은 '무용지물'...아까운 나랏돈만 '탕진'
  • 권의종
  • 승인 2023.01.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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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 어려운 대환대출, 출발 못 하는 새출발기금, 안심 안 되는 안심대출 등 이름과는 정반대...정책금융 '흥행몰이'로 기업과 경제에 희망과 용기 불어넣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책금융이 흥행 부진이다.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한 대환대출 실적이 영 신통찮다. 개인사업자는 최대 5,000만 원, 법인 소기업은 최대 1억 원까지 연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연 6.5% 이하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그 좋은 상품이 뜻밖의 찬밥 신세다. 

2022년 9월 30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목표 금액을 8조5,000억 원으로 잡았다. 그런데 웬걸. 12월 15일까지 시행 두 달 반 동안 신청 건수가 1만5,839건, 접수 금액이 5,327억 원에 불과했다. 목표 대비 신청금액 비율이 6.3%에 그쳤다. 이 중 대출실행 금액은 2,202억 원, 목표의 2.6%에 머물렀다. 

금리 상승기에 저금리 대출이 먹히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동안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아진 걸까. 물론 아니다. 시중 자금 사정과 기업 자금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대상이 사업자 대출에 한정된 점이다. 사업자 대출을 받기 힘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상당수가 통장대출, 주택담보대출, 카드론 등 일반 가계대출을 융통해 쓰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대환대출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이 말고도 또 있다. 부분보증이다. 은행이 부실 책임을 일부 져야 함에 따라 차주의 상환능력을 따져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손실 보증비율은 신용보증기금 90%, 은행 10%다. 가령 1억 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가 대출을 못 갚으면 신보가 9,000만 원, 은행이 1,000만 원 책임진다. 남이 한 대출을 떠안는 은행으로서는 10% 손실 위험까지 부담해가며 대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리 없다. 당연히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연이은 정책금융 실효성 논란...수요 예측 실패, 정책 간 충돌 등으로 시행착오 거듭

정책금융의 실효성 논란은 새출발기금에서도 뜨겁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제한 등으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보유한 협약 금융회사의 대출을 차주의 상환능력 회복 속도에 맞춰 조정해 주는 데 목적이 있다. 

‘소상공인 빚 탕감’이라는 민감한 이슈로 신청 창구가 문전성시를 이룰 줄 알았다. 지난해 9월 27일부터 4일간 홀짝제로 사전신청을 받았다. 이어 10월 4일부터는 온·오프라인 동시 접수를 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실제로 사전신청 기간 2,827명이 4,027억 원의 채무조정 신청이 쇄도했다. 잠시 그때 뿐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서비스 개시 2개월이 지난 작년 11월 말 기준 채무조정액은 1조7,489억 원, 목표 30조 원의 5.8%에 그쳤다. 

현실 간과에 따른 수요 예측 실패였다. 새출발기금은 연체 90일 이상의 부실차주에만 원금 감면 혜택을 주다 보니 이에 해당하는 소상공인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나머지에 해당하는 부실우려차주는 원금 감면이 아닌, 금리 감면이나 상환 기간 혜택 등에 그치다 보니 별 호응이 없었다. 조건마저 까다로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제한적이었다. 취지가 좋고 내용이 나무랄 데 없었음에도 신청이 저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새출발기금의 수요 부진에는 또 다른 요인이 숨겨져 있다. 정책 간 충돌이다. 2022년 9월 말로 종료 예정이던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상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의 영향이 컸다. 차주로서는 만기 자동 연장과 원금은 물론 이자를 안 내도 되는 유리한 제도가 시행되는 마당에 굳이 그보다 조건이 불리하고 절차가 번잡한 새출발기금을 활용할 유인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실패에서 교훈 얻어야...금융은 이론이 아닌 실제, 시장실패 보완하는 정책금융 필요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면서 여타 제도나 상품과의 관계나 영향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정부는 일마다 때마다 정책금융 상품을 잘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일단 시행을 하고 나면 나 몰라라 하곤 한다. 중간평가나 사후 관리에 소홀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완전무결한 상품은 흔치 않다. 성과가 부진하면 원인을 찾아내 손을 보는 수 밖에 없다. 장애물이 생기면 치우고 문턱이 높으면 낮춰야 한다. 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우면 느슨히 해야 맞다. 다른 정책이나 제도와 기능이 겹치거나 충돌하면 적이 조정함이 마땅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지금까지 그 같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의 경우에는 제도 보완이 있었다. 작년 11월 7일 가입주택과 소득 기준을 4억 원 이하, 부부 합산소득 7천만 원 이하에서 6억 원 이하 주택, 부부 합산소득 1억 원 이하로 완화했다. 그런데도 12월16일까지 누적 신청액은 8조5,386억 원으로 공급목표 25조 원의 34.1%에 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권 아파트 평균가격이 8억 원에 육박하는데 6억 원 이하 주택으로 대상을 한정한 때문이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쯤 되면 시행착오는 멈출 때도 됐다. 목적이 분명하고 취지가 훌륭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정책금융 따위는 쓸모가 없다. 정책으로의 기능도 금융으로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아까운 나랏돈만 탕진할 뿐이다. 금융은 이론이 아닌 실제인 터.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정책금융은 더더욱 그렇다. 계묘년 정초부터 회심(悔心)의 정책금융 흥행몰이로 기업과 경제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으면 좋을성 싶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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