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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양향자의 분노, 무엇이 중한가?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양향자의 분노, 무엇이 중한가?
  • 나병문
  • 승인 2023.01.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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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작년 6월) 국무회의에서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고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반도체산업이 지금의 경쟁력을 향후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8월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만든 '반도체 칩과 과학법'에 서명했다. 그 법의 주요 내용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과 연구 등 반도체산업에 520억 달러를 지원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반도체 제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유례없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국도 미국에 질세라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서 칭화유니(淸華紫光)를 비롯해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2위 업체인 화훙(華虹) 반도체 등에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부족한 국내 기업의 생산력을 보완하기 위하여 외국 기업의 공장 유치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어떤가? 현재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 우위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물론, 보조금 지원 등 자국 내 산업 강화 정책도 최근에 수립했다. 삼성전자의 강력한 라이벌인 TSMC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로부터 자국에 공장을 지어달라는 경쟁적인 구애를 받고 있다.

한심한 정치권의 대응

일본의 반도체 기업인 교세라는 최근 반도체 투자를 위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차입 경영을 선언했다. 이는 그룹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 때부터 지켜온 '무차입 경영' 기조를 처음으로 깨는 것이다. 신중하기로 정평이 난 기업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말할 것도 없이 향후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켜온 원칙을 깨면서까지 신성장 분야에 투자를 늘리기로 한 그들이야말로 ‘무엇이 중한지’를 제대로 아는 것 같다.

작년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개정안에는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대기업 기준) 투자 금액의 8%를 세금에서 공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행 6%에서 8%로 겨우 2% 포인트 올리는 데 합의한 것이다. 적어도 20%는 되어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등 경쟁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당연히 반도체업계의 강한 반발이 뒤따랐다. 그들은 “세액공제 기준을 국내의 다른 산업과 비교할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반도체산업과 비교해야 한다”라고 항변한다. 경쟁국들은 20~30% 세액공제를 해주는데 우리만 8%에 그친다면 국제 경쟁력의 심각한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삼척동자라도 알 만한 뻔한 예측이다.

당초 이 법안을 발의한 양향자 의원은 반응은 분노에 가깝다. 그는 “반도체라는 자산을 잃어버리면 우리나라는 ‘신(新) 식민지’로 갈 수 밖에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반도체 투자는 시간 싸움이다. 이를 가로막고 편 가르는 자는 '매국노(埋國奴)'다. 과거 매국노(賣國奴)가 조선을 팔아먹었다면 이번에는 대한민국 미래를 땅에 묻는 '매국노'다"라며 격앙했다. 평소 절제된 태도를 보여왔던 여성 의원인 그가 오죽하면 그런 태도를 보였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지도자의 결단과 국민적 합의 필요

그는 "K칩스법을 가로막는 논리인 ‘대기업 특혜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논리와 다르게, 사실은 대기업보다도 오히려 2·3차 협력사인 중소·중견기업이 K칩스법 통과를 더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하나의 반대 논리인 ‘지방 소외론’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반론을 전개했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K칩스법을 포기하자는 얘기는 지역은 물론 나라까지 공멸하자는 주장”이라며 분노했다.

무슨 일이건 평시의 대응과 ‘비상 상황’의 대처법은 달라야 한다. 양향자 의원의 말처럼 지금은 1분 1초 차이로 순위가 바뀌는 급박한 비상 상황이다. 국회에서 서둘러 획기적인 지원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미적댄다면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급격히 쇠퇴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윤 대통령은 엊그제 "반도체와 같은 국가 전략기술은 국가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 기술"이라며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도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대기업,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서둘러 발표했다.

반도체산업 육성이 단순한 미래 먹거리를 넘어선 ’죽고 사는 문제‘가 되어버린 지금, 그 같은 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 반도체 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여기서 한번 패퇴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는 국민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국민은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놀라우리만큼 강한 결속력을 보여왔다. 지금이 바로 그런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기회인 것 같다.

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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