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확정형 대출금리 최고 8%…“이자 감당 어려워, 손해보더라도 보험 깰 수밖에”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생명보험사에서 ‘불황기 서민 대출’인 보험약관대출을 받은 이들이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50조원을 육박했다. 금리확정형 대출금리가 최고 8%대까지 올라, 보험료와 이자를 함께 내는 부담이 쌓인 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의 보험약관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49조5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조1460억원) 증가했다.
보험약관대출은 가입 고객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사가 내 주는 대출을 말한다. 통상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 해지환급금의 80% 내외에서 약관 대출이 이뤄진다. 이에 약관대출은 미래에 받을 보험금을 당겨쓰는 ‘불황기 서민 대출’로 꼽힌다.
생보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약관대출 보유량이 15조5450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한화생명이 7조2731억원, 교보생명이 6조3450억원으로 규모가 큰 편이었다.
다음으로 신한라이프(5조558억원)·미래에셋생명(1조4075억원)·푸르덴셜생명(1조460억원)의 약관대출도 조 단위를 넘어섰다.
급전의 필요한 서민들의 해지도 늘고 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생보사 23곳이 고객에 지급한 해지 환급금은 24조3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일 년 만에 (19조7332억원)보다 23.3% 늘었다. 지난해 매달 2조7000억원씩 보험 해지로 인한 환급금이 발생한 셈이다.
보험을 중도에 해약하면 납입한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고, 나중에 보험에 다시 가입하려고 해도 보험료가 더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가계 경제가 악화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을 깨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금리확정형 대출금리도 치솟고 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보사들의 지난해 12월 말 보험계약(약관)대출 금리확정형 대출금리는 4.14~8.54%, 금리연동형 대출금리는 3.85~5.17%를 기록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신규로 대출받기 어려울 때 받을 수 있는 게 보험약관대출”이라면서 “하지만 보험약관대출을 받을 때는 본인이 보험료를 낸 계약의 해약환급금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금리에 따라 보험금이 적립되는 게 금리연동형이고, 처음부터 금리가 정해진 게 금리확정형인데, 이 두 가지 종류에 따라 보험약관대출의 금리조건이 달라진다”며 “현재 시장금리에 가산금리를 더 주고 상환하는 게(금리연동형) 나은지, 계약 당시 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여 상환하는 게(금리확정형) 나은지 개인 상황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