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정윤승 기자] 최근 '빌라왕' 사건처럼 임대인(집주인)이 상속없이 사망한 경우 세금 체납액이 있더라도 임차인(세입자)이 신속히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임차권 등기 절차가 간소화됐다. 세금 문제 등이 남아 있어 상속 등기 없이는 보증금 반환 청구가 불가능했으나,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의 신속한 권리보호를 위해 임차권등기명령 절차를 개선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서는 주택임차권등기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 주택임차권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사망한 기존 임대인의 상속인 명의로 등기가 마쳐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전세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이 무자본 갭투자를 통한 전세사기 사건이 증가하고 있고,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상태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기존에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 반환을 위해 상속인을 대신해 상속인 명의로 등기를 해달라고 신청(대위상속등기)해야 했으나 적지 않은 시간과 금액이 소요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법원은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 대위상속등기를 거치지 않아도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도록 등기선례를 제정했다.
세입자가 숨진 집주인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사망 사실과 상속인 전원을 알 수 있는 서면을 첨부해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하면 된다.
임차권 등기 명령 촉탁 단계도 줄었다. 지금까지 법원은 세입자가 적어준 집 주인의 주소지로 임차권 등기 명령을 보내도 수령이 안 된 경우(송달불능) 부동산등기사항증명서 등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집 주인의 주소지로 직권 재송달을 반복했다.
바뀐 규정은 원래 두 번이던 직권 재송달 절차를 한 번으로 줄여 송달불능 상태임이 확인되면 사유에 따라 곧장 공시송달(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에 재판 관련 서류를 올린다.
이후 그 내용이 당사자에 전달된 것으로 간주)이나 발송송달(법원이 서류를 등기우편으로 발생한 때 송달한 것으로 간주)을 할 수 있게 했다.
대법원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대위 상속 등기 절차를 생략하고 임차권 등기 명령 송달 절차를 간소화해 전세 사기 피해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효과적으로 임대차 보증금을 보전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실무를 지속해서 점검·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