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으로 은행 예금 늘며 화폐발행 줄어...5만원권이 전체의 88% 차지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지난해 화폐발행잔액이 170조원을 넘어섰으나 현금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증가율은 18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발행잔액은 한국은행이 발행해서 시중에 공급한 화폐 중에서 환수한 금액을 뺀 잔액으로, 한은으로 돌아오지 않고 남아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규모를 말한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전년(167조5718억원) 대비 4.4%(7조2903억원) 늘어난 174조86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은 2008년(4.9%)보다 낮은 것으로 2004년(1.6%)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이다.
2000년대 들어 한 자릿수를 유지하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은 금융위기 다음해인 2009년(21.4%)부터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2017년까지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이어 2018년 6.9%, 2019년 8.9%로 주춤하다가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17.4%)과 2021년(13.6%)에 다시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일상회복 기조에 접어들면서 위험회피심리가 완화됐고 이로 인해 화폐발행잔액 증가 속도가 둔화된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금 금리 상승과 현금보유의 기회비용이 늘어난 것을 영향으로 꼽았다. 늘어난 은행 예금이 한은으로 환수되면서 화폐발행잔액 증가 둔화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은행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021년 11월 1.57%에서 지난해 11월 4.29%로 72%포인트(p) 올랐다.
이에 따라 은행의 수신은 지난해 107조4000억원 늘었고, 특히 정기예금이 200조1000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화폐발행잔액 중 5만원권은 전년 대비 8조7296억원(6.1%) 늘어난 152조9407억원으로 전체의 87.5%를 차지했다.
1만원권 잔액은 16조3750억원으로 2021년(17조8219억원)보다 오히려 1조4469억원(8.1%) 줄며 전체 화폐발행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에 그쳤다.
2015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1만원권 잔액은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과 2022년 증가했다가 지난해 다시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5000원권 잔액은 1조438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소폭인 49억원(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