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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성장과 거꾸로 가는 경제...지금 文정부나 탓할 때인가
역성장과 거꾸로 가는 경제...지금 文정부나 탓할 때인가
  • 권의종
  • 승인 2023.02.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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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역고드름’ 신드롬...겨울 구경꾼엔 가벼운 볼거리, 지친 경제엔 무거운 골칫거리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동장군이 유난스레 기승을 부렸다. 전북 진안에서 ‘역(逆)고드름’이 얼었다. 영하 17도를 밑도는 한파가 이어지며 마이산 탑사의 2개 정화수 그릇에서 7~10cm가량의 역고드름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고드름은 위에서 아래로 어나 역고드름은 아래쪽에서 하늘을 향해 거꾸로 자라난다. 탑사 역고드름은 그릇 안에 담긴 물이 얼어 부피가 커지면서 덜 얼어붙은 표면으로 물이 밀려 나와 위로 솟구치며 생기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역고드름을 볼 수 있는 데는 3곳 정도라 한다. 경기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과 충북 제천시 덕산면 한 사찰의 동굴 등이다. 경기와 충북의 역고드름은 천정에서 녹아떨어진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진 뒤 천천히 얼면서 위쪽을 향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역고드름을 보기 위해 혹한의 겨울에도 탐방객이 붐빈다는 소식이다. 

경제도 극심한 혹한기다. 경제지표가 ‘역고드름’처럼 거꾸로 향하고 있다. 성장이 뒷걸음친다. 2022년 4분기, 전기대비 -0.4% 성장했다. 2020년 2분기 -3% 이후 2년 6개월 만의 역성장이다. 대내외 성장 동력 약화가 예상되는 올해가 더 문제다. 해외 기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국제통화기금(IMF) 1.7%, 아시아개발은행(ADB) 2.3%, 신용평가회사 피치 1.9% 등이다. 

국내 기관 전망치는 더 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1.8%, 한국경제연구원 1.9%, 하나금융경영연구소 1.8%, 한국금융연구원 1.7%, 현대경제연구원 1.8% 등 1% 후반대다. 수출과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1%대 성장도 위태롭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우리나라가 올해 –0.7% 성장에 그칠 거라는 역성장 전망치를 내놨다.

극심한 경제 혹한기...성장 뒷걸음, 무역 적자, 연금 고갈, 금리 역전, 역전세난 출현 

한국 경제사를 거슬러 볼 때도 역성장은 낯설고 드물다. 경제성장률이 1%대 이하 저성장을 기록한 적이 별로 없었다. 구태여 따지자면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0.7%,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9년 0.8%, 외환위기가 덮친 1998년 -5.1%, 2차 석유파동 직후인 1980년 -1.6%, 건국 초반인 1956년 0.6% 등 5개년도 뿐이었다. 

국제수지도 역방향이다. 2022년 무역수지는 474억6,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도 같은 해 11월 6억2,000만 달러 적자 전환 후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갈 기세다. 글로벌 긴축기조가 장기화하며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크고,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부존자원 부재와 내수 시장 한계로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연금 고갈은 한층 더 빨라진다.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65세부터 연금 수급’의 현행 조건을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기금은 2040년 1,755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1년 적자 전환에 이어 2055년이면 완전히 바닥난다. 4차 재정추계와 비교하면 기금 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는 시점은 1년, 고갈하는 시점은 2년 앞당겨졌다.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이어지고 연금개혁을 미뤄 온 결과다.

부동산 시장 또한 역주행 모드다. 장기간 지속해온 집값 하락으로 아파트 실거래가가 공시가격을 밑도는 역전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등 부동산 매매가에 이어 전세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역전세난이 펼쳐지고 있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가운데 20%가량이 2년 전보다 전세금을 낮춰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이 임차인을 붙잡기 위해 전세 이자를 대신 물어주는 경우가 속출한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처지가 역전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상사가 되고 말았다. 

수단-방법 총동원해 경제 살려야...얼어붙은 경제 녹이고 가라앉은 경기 회복에 매진할 때

역류 현상은 이게 다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간 역전이 벌어진 지 벌써 오래다. 그런가 하면 전국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비싼 가격역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번 돌아선 추세는 반전이 쉽지 않다. 그래도 거꾸로 가는 경제 흐름은 되돌려놔야 한다. 언제까지 지난 정부의 아마추어적 실정과 무차별적 돈 풀기 등을 비난하고 있을 순 없다. 수단 방법을 총동원해 경제 살려기에 매진할 때다. 얼어붙은 경제를 녹이고 가라앉은 경기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위축된 거래를 활성화하고 왜곡된 가격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발본색원하고 현실에 안 맞는 정책과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복지부동은 늘 경계의 대상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다그쳐야 마지못해 움직이는 상의하달식 체계에서는 되는 일이 없다. 주무 부서가 심도 있게 검토해 보고하면 대통령이 경청하고 다수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결정을 내려야 실수가 적어진다. 정부 중심이 아닌 국회나 대통령실 주도의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복잡다기한 현안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내놓기 어렵다. 

지나친 낙관 또한 금물이다. 연초엔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지고, 하반기엔 내년 가면 경제가 살아날 거라는 상투적 표현은 그만해야 한다. 듣기 거북하고 보기 민망할 따름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판에 박힌 언사도 삼가는 게 좋다. 더는 믿음이 안 갈뿐더러 이제 지긋지긋하고 신물이 난다. 때아닌 ‘역고드름’ 신드롬. 한겨울 구경꾼엔 가벼운 볼거리가 될지언정, 지친 경제엔 무거운 골칫거리다. 넘어야 할 산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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