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메모리 수요 약세 및 가격 급락으로 크게 고전중인 SK하이닉스가 낸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몇 년간 투자한 해외 기업들에서 2조원이 넘은 영업외 손실까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2021년 무려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야심적으로 인수한 미국 인텔 낸드사업부(솔리다임)가 작년 1조원 안팎의 예상외 큰 손실과 6천억원의 무형자산손상으로, 인수 첫해부터 모기업 하이닉스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일 발표한 작년 4분기 및 연간 잠정영업실적에서 작년 4분기 적자로 전환해 4분기 영업적자는 1.7조원, 당기순손실은 3.52조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연결기준 22년 전체 잠정 매출은 44조6481억원으로, 전년 42조9977억원에 비해 3.8% 증가에 그쳤다.
작년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조66억원으로, 전년 12조4103억원 대비 -43.5%, 당기순익 은 2조4388억원으로, 전년 9조6161억원 대비 -74.6%를 각각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영업적자에 비해 당기순손실이 1.8조원 이상 더 커진 것은 무려 2.52조원에 달하는 영업외손실이 작년 4분기에 돌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업외손실은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손실 이외의 금융 및 투자손실, 지분법손실, 투자자산평가손실 등을 말한다.

영업외 손실 2.52조원에는 낸드 관련 무형자산손상 1.55조원과 키옥시아 투자자산을 포함한 금융상품 평가손실 6200억원이 포함돼 있다. 무형자산손상중 6천억원은 솔리다임에서 발생했다. 무형자산 손상은 솔리다임 등이 보유하고 있는 낸드의 특허권이나 산업재산권 등 무형자산의 가치가 하락해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비상장사로, 하이닉스의 100% 자회사인 솔리다임은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이 8717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수 첫해부터 예상보다 큰 손실을 하이닉스에 안겨주고 있다. 하이닉스측은 낸드메모리 시황 부진에 회사 통합비용까지 겹쳐 당초 예상보다 첫해 손실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 1년만에 솔리다임의 대규모 무형자산손상까지 인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수가격 자체도 너무 과대평가되었던게 아니냐는 의문도 던져주고 있다.
하이닉스는 또 2018년 일본 메모리반도체업체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에 4조원을 투자했다. 키옥시아는 작년 하이닉스를 제치고 전세계 낸드메모리시장 점유율 2위로 오른 업체다. 그러나 이 업체도 낸드업황 악화 등으로 큰 손실을 내면서 하이닉스에 큰 투자자산 평가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작년 하반기 동안 메모리 수요가 둔화되고 가격도 빠르게 하락하면서 낸드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했다"며 "이런 상황과 금리 상승을 반영해 보유 자산에 대해 평가를 연말에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솔리다임, 키옥시아 등에서 일회성 비경상적 비용이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CFO는 "(솔리다임의 경우) 인수 첫해인 만큼 출범에 따른 비용이나 인수 관련 비경상적 비용도 반영됐다"며 "낸드 업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