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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글 쓰는 기계 ‘챗GPT’ 출현, 재앙인가 기회인가?
생각하고 글 쓰는 기계 ‘챗GPT’ 출현, 재앙인가 기회인가?
  • 나병문
  • 승인 2023.02.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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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가 얼마 전 ‘챗GPT’를 세상에 선보였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말 그대로 자동 회귀 언어 모델이다.

‘generative’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단순한 검색이 아닌 뭔가를 생성하는 능력을 갖춘 창의적인 인공지능시스템이라 하겠다. 이는 그동안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LAD(language acquisition device, 언어습득장치)를 보유한 기계의 등장을 의미한다.

챗GPT는 딥 러닝을 사용하여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한다. 지금까지의 검색 플랫폼들이 단순히 기존의 자료를 검색하는 기능에 머물렀다면 이 기계는 언어나 개념을 생성하고,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실제로 요청을 받은 지 몇십 초 안에 그럴듯한 그림을 그려내고, 글을 쓰거나 작곡도 한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인간과 창의력을 견주는 시대가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예측까지 떠도는 이유다.

챗GPT의 등장은 전문가가 아닌 보통사람들이 손쉽게 인공지능과 교감하는 세상을 활짝 열어젖혔다. ‘오픈AI’의 담당자에 따르면 앞으로 비용만 내면 누구나 자유롭게 해당 AI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식 경제의 생산성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한편, 혜성같이 등장한 챗봇에 놀란 선진국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글은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바드'(Bard)를 출시했다. '바드'는 구글의 AI 언어 프로그램 '람다'(LaMDA)에 의해 구동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MS는 자사의 검색 엔진 빙(Bing)에 이 챗봇을 장착한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AI 산업에 엄청난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상황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뒤늦게 이동통신 3사가 한국형 AI 서비스 개발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챗봇의 현실

앞으로는 모든 영역에 걸쳐서 인공지능을 품은 기계와의 협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그런 추세 속에서 챗봇과 관련된 기술 발전의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개인이나 국가는 당연히 낙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나와 있는 챗봇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새로운 발명품이 등장할 때마다 그랬듯이, 챗봇 또한 앞으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 뻔하다.

그중의 하나가 신뢰성에 관한 의문이다. 며칠 전 구글의 주가를 폭락시켰던 '바드'의 오류처럼 부정확하거나 미확인 정보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킬 위험성도 상존한다. 다음으로, 윤리 의식의 심각한 훼손이다. 누군가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정보를 왜곡한다면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노암 촘스키(Noam Chomsky)가 지적했듯이 챗GPT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표절 시스템’이 될 소지도 충분하다. 이미 그런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챗봇의 악용이나 오용을 일삼는 행위가 늘어날수록 우리가 사는 곳은 통제 불가능한 세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철저한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실제로 네이처와 셀는 AI를 논문 공동 저자로 인정하진 않겠다고 선언하였고, 사이언스는 아예 생성 AI를 활용한 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인간은 더 이상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챗봇을 사용한 문서는 반드시 그 사실을 표기해야 한다. 나아가 챗봇을 이용하여 과제나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사실을 감추는 경우엔 처벌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 지성을 우롱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과연 우리 중에 몇 퍼센트나 AI가 작성한 문서의 진위를 자신 있게 가려낼 수 있겠는가?

인류의 경쟁 대상 아닌 도구로 활용해야

인류가 첨단과학을 앞세워 신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했듯이, 이제는 기계가 인간을 앞지르려 하고 있다. 글 쓰는 ‘챗GPT’의 등장은 ‘알파고’ 때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제 ‘생각’은 더 이상 인간의 독점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말은 우리가 지적 영역에서조차 기계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류는 도전에 늘 슬기롭게 대응해오지 않았던가?

인공지능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결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과 협력하고 공존하되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존엄성과 창의성 지켜나가야 한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장착했어도 기계는 기계일 뿐이다. 방대하고 복잡한 자료를 검색하고 편집할 수 있을지언정, 그걸 바탕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우리는 똑똑한 인공지능을 인류의 창의성을 구현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주인은 여전히 인류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기계의 출현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빛의 속도로 내달리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는 영원한 낙오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현실에 안주하고 미적대다가 작은 연구소에 불과한 ‘오픈AI’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구글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참에 인공지능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도 AI 반도체 부문에 4년간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챗봇을 비롯한 인공지능 분야를 우리의 블루오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격동기의 승자가 되는 확실한 길이다.

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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