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강화 필요성에도 사법 리스크 우려에 복귀 시점 미뤄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삼성전자가 다음 달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가운데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던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이번에 제외됐다.
책임 경영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 등을 고려해 등기임원 복귀 시점을 미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를 다음달 15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연다고 14일 공시했다.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으로,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인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부회장 시절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돼 등기이사직을 맡았으나 같은 해 11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며 2019년 재선임 안건에 오르지 않고 임기가 만료된 때문이다.
이에 미등기임원과 기업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등기임원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등기임원 복귀를 추진하지 않았다는 추정이다.
이 회장은 현재 매주 목요일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이번에 등기임원이 됐다고 해도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1심 결과에 따라 일부라도 유죄 판결이 나오면 또다시 국정농단 사건 당시처럼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그룹 총수로서 국내외 사업장을 다니며 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기이사 복귀를 서두르기보다는 경영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도 한몫했을 수 있다.
주총 안건 상정 시 이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에 반대하는 세력과의 표 대결이 벌어지거나 여론이 악화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주주들이 다음달 5일 오전 9시부터 14일 오후 5시까지 전자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주들은 예탁결제원 전자투표시스템에서 주주 정보를 등록한 후, 소집공고와 의안별 상세 내역 등을 확인하고 의안별로 ‘투표행사‘ 버튼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별도로 마련된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중계 참여를 신청하면 주총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안건별 질문도 등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주총 당일 주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하고 좌석간 거리두기, 지정좌석제 등 방역지침을 따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