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서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은행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돈 잔치'와 관련한 부정적 시선을 잠재우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금감원 임원들에게 지시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4일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효율적인 시장 가격으로 은행 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와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5대 은행이 과점 체제를 이용해 마치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한 것처럼 성과급이든 배당이든 하는 분위기가 있어 과점의 고착화를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이 모두 1조3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이자 장사', '돈 잔치' 비난이 커지는 것이 이들 은행의 과점 체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완전 경쟁을 유도해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수신 시장에서 5대 시중은행의 점유율이 워낙 높다 보니 가격 책정 시 과점적인 게임을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5대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도 들어와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 이슈 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실제 2019년 전체 18개 은행의 원화 예수금 현황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예금 시장 점유율은 각각 15~16%대로 총점유율이 77%에 달했다. 은행의 원화대출금 또한 5대 은행의 점유율이 67%로 나타나 5대 은행이 사실상 예금, 대출 시장에서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 완화를 위해 은행을 신설했던 영국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EU 탈퇴 등으로 산업간 경쟁 촉진이 필요해 은행 신설을 유도,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핀테크 접목 은행 등 '챌린저 은행'이 확대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완전 경쟁을 해야 효율적인 가격이 가능하며 예금과 대출 또한 완전 경쟁이 되면 마진이 줄게 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제도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