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한도대로 증자하면 총출자액 1조8천억 넘어. 그런데도 작년 또다시 2천억 적자
매출도 계속 줄어. 다른 은행들의 동남아 투자성공과 큰 대조. KB해외투자는 문제 있는 듯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KB금융은 지난 16일 국민은행 이사회를 열고 인도네시아 은행자회사인 KB부코핀은행의 신속한 경영정상화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부코핀은행이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경우 최대 1조92억원 한도 이내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KB부코핀은행은 국민은행이 67% 지분을 갖고있는 자회사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작년 10월11일 유상증자 참여한도를 7930억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 4개월만에 다시 유상증자 참여한도를 2162억원이나 더 늘린 것이다.
KB금융은 현 시점에서는 KB부코핀은행의 유상증자 세부내용이 정해지지 않아 국민은행의 취득주식수, 취득금액, 취득 후 소유주식수 및 지분비율 등의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추후 확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중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부코핀은행의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지금까지 KB금융그룹이 이 은행에 쏟아부은 누적 투자규모만 최대 1조8천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에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을 인수했다가 1조원 가까운 큰 손실을 본후 철수한 적이 있다.
KB부코핀은행은 22년말 기준 자산총계 7조5030억원, 부채 6조3924억원, 자본총계 1조1106억원, 22년 매출 3547억원, 당기순이익 1936억원 적자를 기록한 은행이다. 2021년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464억원 및 2740억원 적자, 2020년 매출과 당기순익은 각각 6530억원, 182억원 흑자였다. 작년까지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유상증자 참여 결정에 이어 4개월만에 다시 유상증자 참여한도를 2천억원 이상 더 늘린 것은 그만큼 부코핀 은행의 상태가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코핀은행은 2018년 국민은행의 첫 진출때부터 적자를 보였으며, 4년이 지났는데도 매출은 계속 줄고, 적자폭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 임직원의 19%를 줄이고, 377개 점포중 67개를 감축하는 등 비용절감 노력을 했으나 작년 6월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조3827억원으로, 29.1%에 달하는 높은 수준을 여전히 유지했다.
국민은행은 2018년7월 이 은행 지분 22%를 1164억원에 취득, 인도네시아에 첫 진출한 이래 2020~21년 약 69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가실시해 67% 지분을 확보했다. 앞으로 이번 유상증자 참여 결정의 최대한도인 1조92억원까지 자금을 투입할 경우 누적투자규모는 약 1조8156억원에 달하게 된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자본력과 우수한 이익창출력 및 손실 완충능력 등을 고려할 때 이렇게 인도네시아에 돈을 쏟아부어도 그룹과 국민은행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동남아에서 대체로 성공한 다른 은행들에 비해 KB가 유독 인도네시아에서 이렇게 출혈과 고전을 거듭하는게 이해가 되지않는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국내은행들이 오래전부터 동남아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자본시장 미발달 및 낮은 금융포화도로 은행업의 성장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과 달리 KB가 2020년 7,370억원을 들여 인수한 캄보디아 프라삭은행은 작년 상반기 순이익만 1216억원을 올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 현지법인 실적 저하 및 2013년 일본지점 금융사고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이후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보다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기조를 유지해 왔다"면서 "그러나 2017년3월 미얀마에 마이크로파이낸스사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중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홍보실측은 "단순히 한도만 늘려놓는 것이지 실제 돈을 집행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부코핀의 실적이 안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너무 확대해석하면 곤란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