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 차기 사장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로 내정되면서 인수위원회 활동 이력을 고리로 또 한번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전날 사장 후보자 3명을 상대로 면접 심사를 진행하고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을 최종후보자로 선정했다. 임추위는 오는 2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 실장을 최종 신임 사장 후보로 추천할 것으로 전해졌다.
1967년생인 이 실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 2006년부터 금융연구원에서 재직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총괄한 경제분야 싱크탱크에서 활동했고,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을 지냈다.
특히 이 실장은 지난 17일 작년 3월부터 맡고 있던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직을 사임했다.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지만, 업계에서는 NH지주와 예탁원이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상충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NH지주의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관련 손해액을 투자자들에게 배상한 뒤 예탁원 등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때문에 이 실장이 원고 대주주의 이사에서 피고 측 사장으로 가는 것이 이해상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고측(NH지주)에서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고측(예탁원)의 대표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제해문 예탁원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이 실장 내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전날 서울에 있는 면접 심사장 앞에서 낙하산 인사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노조는 "이씨는 은행법 연구전문가로, 자본시장 인프라 기관인 예탁결제원 업무와 관련이 없고 지휘 감독 등 행정 경험도 전혀 없어 1000여명의 직원을 지휘 통솔하는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이 최종 확정되면 예탁원은 10년 만에 비관료 출신을 사장으로 맞이하게 된다.
다만 은행 전문가로 증권 쪽 경험이 전무한 인사가 예탁원 차기 사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예탁원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