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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은행들은 ‘샤일록’인가?...금융권의 탐욕과 ‘은행 때리기’
우리나라 은행들은 ‘샤일록’인가?...금융권의 탐욕과 ‘은행 때리기’
  • 정종석
  • 승인 2023.02.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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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장사로 '잇속' 챙기다가 국민 시선 싸늘해지자 '고육지책' 내놔...과욕이 부른 참사이자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성격

금융권의 영업행태에서 불합리한 경우가 있다면 법과 제도개선 등의 절차를 거처 고치면 돼...포퓰리즘 변질은 안 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금융권이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합니다. 고급 간부, 억대 연봉 체계에 대해 금융권이 스스로 답을 내야 합니다.“

지난 2011년 10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위 기자단과 미팅을 갖고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와 '돈잔치'에 대해 작심한 듯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이어 "유럽발 경제침체가 눈앞에 있는데 배당잔치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앞으로 또 국민에게 지켜달라고 할 것이냐"고 질타했다. 그동안 우회적으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과 공생을 강조했던 발언과 비춰볼 때 고배당과 성과급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다.

이로부터 11년 여의 세월이 흘렀다.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은행권 압박이 연일 거듭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을 '공공재'라고 강조하면서, 고금리로 국민들의 고통이 큰 상황에서 은행들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약탈적이라 볼 수 있는 은행의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정점에 와 있다"며 "실효적인 경쟁 촉진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금리상승기 금융 취약층뿐 아니라 대부분의 금융소비자가 금리부담을 크게 겪는 와중에 수십조 단위의 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그 이익의 사용 방안에 대해 과연 제일 바람직한가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며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영업방식에 대해 금융당국 뿐 아니라 은행업 측면에서도 같이 고민을 하자는 측면에서 공공적 측면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은행을 '공공재'라며 연일 강공을 펼치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도 경쟁적으로 은행권을 옥죄는 법안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은행의 공공성을 명문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대출자의 이자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이자총액제'와 '금리할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에서도 은행권을 겨냥해 서민금융 공급액을 기존보다 두 배 늘리는 법안이 발의됐다.

은행권이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면서도 영업시간 단축, 점포폐쇄 등으로 서비스품질이 저하돼 국민의 반감을 초래 

지금 우리나라 은행이 돈장사-이자장사로 마치 ‘공공의 적’이라도 된 느낌이다. 마치 사일록이라도 된 것처럼 보인다. 샤일록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다. 욕심 많고 인정 없는 인간의 대명사로 꼽힌다. 국민과 신뢰를 나누며 친숙해야 할 은행들이 샤일록 평가를 받을 정도로 탐욕을 부리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국민들은 고통에 허덕이는데,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면서도 고금리 돈장사를 계속했다. 은행권이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면서도 영업시간 단축, 점포폐쇄 등으로 서비스품질이 저하돼 국민의 반감을 샀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금융당국과 국민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금융권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앞다퉈 대출금리를 내렸다. 부랴부랴 신규 채용도 늘린하고 한다. 돈장사로 잇속만 챙기다가 국민 시선이 싸늘해지자 내놓은 금융권의 고육지책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은행들의 과욕이 부른 참사이자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은행들은 금리 추가 인하 등 국면전환에 나섰지만 이미 국민들의 눈밖에 나고 말았다. 샤일록이 된 은행의 모습에 국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은행의 이른바 ‘돈장사’와 이득챙기기에 대한 대통령의 대책마련 지시와 여야 협공 속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서 ‘약탈적 금융’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한 것은 뜨악하다.

금융권에서 약탈은 통상 ‘대출’, ‘금융’과 어울려 ‘약탈적 대출’, ‘약탈적 금융’으로 쓰인다. 리스크는 고려하지 않고 차주(대출자)에게 제 소득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돈을 빌려주는 영업행태를 꼬집을 때 주로 쓰인다.

차주가 나락에 빠져도 금융회사는 담보물 회수 등을 통해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 차주의 상환 능력은 관심 밖이라는 비판 논리가 약탈이란 말에 담겨 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을 “차주에게 불공정하고 남용적인 대출 조건을 부과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원장이 정확히 이러한 의미로 ‘약탈’을 말한 것인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그는 “약탈적으로 볼 수 있는 비용절감”, “약탈적으로 볼 수 있는 영업”이라고 말했다. 앞뒤 맥락을 보면 전자의 약탈은 취약계층을 고려하지 않은 점포 축소, 후자의 약탈은 ‘소비자 잉여(효용)’를 고려하지 않은 금리산정 체계를 말하려고 한 것 같다. 비록 이것이 그의 발언 취지였더라도 굳이 '약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부적절하다.

금융사 '탐욕' 문제가 포퓰리즘으로 변질...정부와 정치권, 포퓰리즘적 반응 보이며 경제에 대한 불만-불안 부추겨

오히려 약탈은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금융권을 질타할 때 단골로 나온다. 국민 다수가 은행의 영업 행태가 약탈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발언에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언론인과의  질의응답은 금감원 모든 부서에 전달된다. 원장 발언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취지를 살피고 감독·검사·조사 방향을 정한다.

은행권을 둘러싼 화두가 정치권으로 흘러간 마당에, 금감원이 향후 규정에 따라 점검·검사 및 제재에 나서더라도 정치적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은행에서 정말 약탈로 의심되는 행태가 적발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사의 '탐욕' 문제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이다. 금융권의 수익 등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지나치게 포퓰리즘적 반응을 보이면서 경제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임금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등 시장경제의 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적이고 위험한 주장까지 나오면서 반금융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나친 순익과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는 개선돼야 하지만 금융권 때리기로 혹시라도 내년 총선을 앞둔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가 있다면 곤란하다. 지나친 이자장사는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포퓰리즘이 지나치면 침묵하는 다수의 선의의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이 같은 기본원칙이 부정되거나 작동되지 않을 경우 그 경제는 무너질 수도 있다.

최근 국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반금융정서는 자본주의 논리상 위험하다. 정부 간섭이 과도하다는 측면에서는 '자유'를 부르짖던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지나치게 은행경영에 간섭해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한다는 평가마저 일각에서 나온다.

만약 금융권의 영업행태에서 불합리한 경우가 있다면 법과 제도개선 등의 절차를 거처 고치면 된다. 단순히 못마땅하다는 이유로 여론몰이식으로 금융권을 때리는 것은 금융 시스템과 금융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자칫 경제의 근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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