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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기업사냥꾼인가 주주 지킴이인가?
행동주의펀드, 기업사냥꾼인가 주주 지킴이인가?
  • 나병문
  • 승인 2023.02.2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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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미국의 행동주의펀드 ‘힌덴버그 리서치’는 지난달 24일 인도 최대 기업 그룹 중 하나인 ‘아다니’의 주가 조작, 회계 부정을 문제 삼아 동사(同社) 주식에 공매도를 걸었다. 이후 아다니 그룹 주가는 급락을 거듭하였고,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S&P는 아다니 그룹 산하 2개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강등했다.

위의 사례 말고도, 지금 해외에서는 행동주의펀드가 경영에 간여하는 사례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침체 우려로 부풀려진 비용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다”라며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해 대기업 지분을 확보하기가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라 월트디즈니나 세일즈포스 등 다수의 기업들이 행동주의펀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헤지펀드(hedge fund)는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서 단기에 목표 수익을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모펀드다. 그중에서도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자회사와 계열사의 보유 지분 매각 등의 방식으로 단기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를 행동주의 헤지펀드(activist hedge funds)라고 일컫는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이들 사모펀드는 기업의 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며 주주 서한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비롯해 다양한 강경책을 들이대며 기업을 압박한다. 아다니 그룹의 주가를 끌어내린 이번 사건은 평소 행동주의펀드에 대해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바야흐로 ‘행동주의펀드’ 전성시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행동주의펀드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특정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뒤 해당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구체적으로, 배당 확대나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며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명분을 앞세운다. 그것이 평소 무력감을 느끼던 소액 개인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우군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개미들의 지지를 든든한 배경으로 삼고 있기에 행동주의펀드의 위세는 날로 커지는 추세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행동주의펀드로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투자한 기업에 대하여 이러저러한 요구를 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기업들이 그들의 압박을 거부하지 못하고 경영 방침을 바꿨다.

그중에서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띈다. 최근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매집하자 이수만 총괄이 자신의 주식을 하이브에게 양도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들 사이의 다툼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얼라인이 이번 사태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믿는다. 실제로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측에게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끊임없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불거진 SM 사태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점은 사안이 꽤 복잡하다는 것이다. 얼라인의 지지를 등에 업은 SM의 이사회가 카카오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소액주주 이익 관점에서 보면 분명 문제가 있는 조치였다. 일이 그렇게 진행되는 모양새를 보면서, 행동주의펀드가 주주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의혹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할 계기로 삼아야

행동주의펀드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사익 추구 집단이다. 그런고로, 그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호천사’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긴 해도, 기업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경영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꽤 유용한 기능이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하여 한국증시의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바뀔 수만 있다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행동주의펀드는 적극적으로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기업가치 보존, 배당 확대, 주가 상승 같은 소액주주들을 위한 회사들의 움직임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불거지고 있다. 지나치게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느라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따른다. 행동주의펀드를 두고 `기업 사냥꾼'이라고 칭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행동주의펀드의 한계와 부작용을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사실, 행동주의펀드 자체가 좋으냐 나쁘냐를 두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사안도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임하면 된다. 행동주의펀드가 방만하고 무책임한 경영주들을 혼내주는 순기능을 할 때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역기능을 한다면 확실하게 제어하면 될 것이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라면 그 정도쯤은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리라 믿으면서, 행동주의펀드가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성장,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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