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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9100조원대 예산안 발표…'대중국 투자 견제' 포함
美정부, 9100조원대 예산안 발표…'대중국 투자 견제' 포함
  • 강승조 기자
  • 승인 2023.03.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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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억만장자·고소득자 증세...10년간 3800조원 적자 감축
역대 최대 국방비 1111조원 요청…미국 언론 "원안 통과 가능성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2024 회계연도 연방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2024 회계연도 연방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미국 정부가 부자 증세 및 복지 확대와 대중국 국방과 투자제한을 강화한 예산안을 공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6조9000억달러(약 9100조원) 규모의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1일~2024년 9월30일) 예산안을 발표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미국 정부 예산안은 기업과 부자 증세,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며 향후 10년간 2조9000억 달러(약 3800조원)의 연방정부 적자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 방안으로 이를 토대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정부 부채를 줄이겠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다.

미 정부는 '억만장자에 대한 최소 세금'으로 상위 0.01%의 자산가들에게 최소 2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연소득 40만 달러(약 5억3000만원)가 넘는 개인에 대한 소득세 최고 세율도 37.0%에서 39.6%로 올리고, 법인세율은 21%에서 28%로 늘린다.

저율 지적을 받아온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성과 보수에 대한 세금도 인상된다.

노인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케어 자금 확보를 위해 급여와 자본소득을 포함해 연 40만 달러가 넘는 소득에 대한 메디케어 세율도 3.8%에서 5.0%로 인상한다.

현 상태로는 메디케어에 자금을 지원하는 주요 신탁기금이 약 5년 안에 지급 불능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자 증세 등을 통해 현 수준의 메디케어 혜택을 2050년대까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확대됐다가 지난해 추가 공제 혜택이 종료됐던 자녀 세액공제도 기존대로 되돌려 자녀 1명당 최고 3600달러(약 475만원)의 혜택을 준다.

국방 예산은 8420억 달러(약 1111조원)로 평시 기준으로 미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핵 억제력 유지 예산에만 377억 달러(49조7600여억원)을 투입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핵무기 현대화 예산이 눈에 띈다.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 등 중국이 공을 들이는 태평양 도서 3개국과의 자유연합협정(CFA) 갱신을 위해 71억 달러(약 9조3000억원) 예산도 요청했다. 미국은 이들 국가와 협약에 따라 기상예보, 재난관리, 항공교통관제, 우편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병 모집 강화를 위해 군인 급여도 5.2% 인상하는 안도 담겼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중국의 첨단산업에 미국 자본이 투자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한 예산도 편성됐다.

미국 자본과 전문성이 핵심 산업에서 타국의 기술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하는 것을 막는 게 목적으로, 상무부는 재무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을 돕도록 우선 국제무역청(ITA)에 500만 달러(66억원)를 책정했다.

또 국가 안보와 외교정책, 경제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과 국제무역청(ITA)에 각각 300만 달러(약 40억원)를 책정,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등을 승인하는 권한을 지닌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사를 지원키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와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 확보를 견제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미국 자본이 중국의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통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해왔다.

이 같은 정부의 예산 편성안에 대해 증세를 반대하며 정부 지출 삭감을 주장해 온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정부 예산안이 비현실적이라면서 "대통령은 수조 달러의 새로운 세금을 내놨다. 미국은 세입이 아닌 지출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이 안이 그대로 처리될 가능성은 없다"며 이러한 예산안이 2024년 대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을 위한 정치적 화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공화당이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복지를 줄이고 세금을 늘리면서도 부자에 대한 증세를 반대해왔다며 강하게 비판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이 예산안을 통해 공화당과 결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예산안 편성 및 심의 권한을 의회가 갖고 있어 이날 발표된 정부 예산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의회의 예산 논의 때 참고 자료가 된다.

미국 언론들은 예산 처리 권한을 가진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증세 등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원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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