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이익률 62.1%, 증권사 등 스폰서는 210%…금감원, “스팩 상장 및 합병 심사 강화”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최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회사가 급증했다. 다만 스팩 합병에 성공했을 때 일반투자자와 증권사, 투자운용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 상당한 이익을 수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 투자자가 가져가는 이익에 비해 증권사나 투자운용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4배에 달했다.
10일 금융권에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개한 스팩을 통한 기업공개(IPO)·합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스팩을 통한 증시 상장 건수는 지난해 45건으로 2021년(25건)보다 80% 늘었다.
스팩은 다른 법인과의 합병이 유일한 사업목적인 법인으로 설립 이후 IPO를 거쳐 상장한 다음 비상장사와 합병하거나 합병 실패시 해산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 등 스폰서는 스팩 IPO 설립·경영·합병 등 전반을 주도한다. 일반투자자들은 IPO에 참여하거나 주식시장 매매를 통해 스팩에 투자할 수 있다.
스타트업 등 기업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기업공개 공모 절차를 우회해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게 증시에 데뷔할 수 있다. 특히 공모주 열기가 식으면서 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된 것도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이 늘어난 배경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일반 투자자의 경우 스팩 투자 시 손실 가능성에 유의하며 신중히 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팩 투자 및 비상장법인과의 합병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스팩 합병에 성공한 54건을 분석한 결과 일반투자자는 투자원금의 62.1%를 이익으로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투자자 투자원금 83억원에서 52억원을 이익으로 확보했다.
다만 일반투자자와 비교해 증권사 등 스폰서의 투자이익은 약 4배 많았다. 스폰서의 투자원금은 19억원이었지만 실제 거둬들인 이익은 39억원으로 이익률이 210%에 달했다.
스폰서 중 증권사는 합병성공 시 얻는 투자이익 외에도 인수 및 자문수수료를 받으며 25억원(이익률 268.7%)을 수취했다.
스팩이 합병할 때 산정하는 합병비율도 일반투자자 다소 불리한 경향이 있다. 스팩이 비상장법인과 합병할 때 스팩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 대비 할인하지만 합병대상법인의 가치는 할증해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경향이 많아서다.
금감원은 대표발기인인 증권사는 합병 실패 시 손실이 발생하는 반면 합병 성공 시 자문수수료를 받고 스팩 주식 취득가액도 낮기 때문에 비상장법인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의 경우 합병 완료 후 피합병 회사의 주식을 받는 대신 미리 스팩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의결권 행사를 통한 견제에 한계가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스팩 상장 및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투자주체 간 이 같은 이해상충 요소가 충실히 기재될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팩은 일반투자자가 인수·합병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일부 불리한 투자 여건이 존재하므로 투자자들은 유의하며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