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정부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고 있는 증권사 직원들의 연봉이 은행권보다 높은 평균 1억4500만원대로 조사됐다.
전통적으로 성과급 비중이 큰 업계 특성이 높은 연봉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지만, 이 기회에 이익은 사유화하고 위험은 공유화하는 증권사의 성과 보수 체계에 대해 손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주요 증권사 급여 현황 자료를 살펴본 결과 2021년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 10곳의 직원 평균 총급여(성과급 포함)가 1억4500만원에 달한다고 12일 밝혔다.
메리츠증권이 1억9366만원으로 평균연봉이 가장 높았고 삼성증권(1억6800만원), NH투자증권(1억5420만원), 하나증권(1억4779만원), KB증권(1억4679만원), 미래에셋증권(1억4424만원), 한국투자증권(1억4149만원), 신한금융투자(1억3091만원), 대신증권(1억1526만원), 키움증권(1억1246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10곳 증권사 평균연봉은 1억4500만원에 육박, 은행권 중 평균연봉이 가장 높다는 국민은행의 1억1074만원보다 3000만원 이상 많았다.
총급여의 중위값도 키움증권(8110만원)과 삼성증권(개인정보 사유로 미제출)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가 1억원을 넘었다.
직원 상위 10%의 평균연봉은 메리츠증권이 8억9192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대체로 3억~4억원대였다.
하나증권(4억6602만원), 한국투자증권(4억2148만원), 키움증권(3억9942만원), 미래에셋증권(3억7759만원), 신한금융투자(3억6876만원), KB증권(3억5883만원), NH투자증권(3억5730만원) 등 순이었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선 2021년 기준 상위 10% 평균연봉이 2억원을 넘는 곳이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증권사는 대부분 3억원이 넘었다.
이 같은 2021년의 급여 수준으로 볼 때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둔 주요 증권사들의 2022년 평균 연봉도 비슷한 수준에서 지급됐거나 지급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메리츠증권의 경우 지난 9일 공시한 사업보고서 기준 작년 이 회사의 1인 평균 급여액(급여, 상여, 성과급 등 포함)은 2억30만원으로 2021년(2억492만원)과 비슷했다.
이에 정부의 금융지원에 의해 부실을 면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성과급을 남발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이 8.2%로 2021년 말(3.7%)의 2배를 넘어서는 등 부실이 커지며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 투입 등으로 대규모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증권사 PF 담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분할 지급하는 '이연 지급 제도'나 문제가 생겼을 때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 제도' 등을 체크해 과도한 성과급 지급이 이뤄졌는지에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창현 의원은 "PF대출 부실로 인해 증권사들이 산업은행과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지원받는 상황인 만큼 국민 눈높이를 넘어서는 성과급 지급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 불안이 진정되는 시점에는 증권업계가 누리는 '이익의 사유화, 위험의 공유화'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