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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뉴딜정책’의 부활인가...‘IRA’의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
‘신뉴딜정책’의 부활인가...‘IRA’의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
  • 나병문
  • 승인 2023.03.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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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신뉴딜정책(新 New Deal 政策)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하여 금융위기를 해결하고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바이든 행정부가 이 정책을 다시 들고나왔다. 도로, 철도, 항만 등의 개선을 위한 ‘물리적인프라법안’과 사회안전망 강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사회복지인프라법안’이 그것인데, 이번에 후자의 명칭을 ‘인플레이션감축법안’으로 바꾸어 의회를 통과시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 의료비 절감, 대기업 법인세 증세 등을 담고 있다. 법안 이름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인 이유는 그 안에 에너지와 의약품의 물가를 잡겠다는 목표가 중요한 요소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법을 통하여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에너지 구도를 다각화함으로써 석유나 가스 등 기존 에너지의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법안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 바로 미국 우선주의다. 기후변화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로 하고,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거기에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다.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국(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 내에서 제조한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의미다.

이 법은 전기차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품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이외의 자동차 생산국들, 특히 전기차 생산 비중을 키워가는 기업에 매우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같은 우리나라 기업들만 하더라도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를 모두 자국(한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IRA 직격탄을 맞은 한국 기업들

IRA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겐 명백하게 불공정한 법안이다. 때문에,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EU조차도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위기의식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 입장에선,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경우에만 세금 감면 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조치이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바이 아메리칸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국제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그들은 IRA가 결코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법안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미국 이외의 나라들에도 이익이 될 거라는 논리다. 그러면서 우방들이 요구하는 법안 개정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관련하여 지급하는 전기차 구매 지원금을 미국 내 생산 기업에 한정하는 주된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 법에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면 불이익을 주는 항목들이 들어가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거나 중국이 관여된 광물이라든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의 부품만을 허용한다는 의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타깃(target) 국가인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EU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대상국들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기업이 받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법 때문에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2차전지 산업’이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하지만, 그것도 중국 기업인 CATL이 포드 모터 컴퍼니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IRA를 피해 가면서 별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다.

당면한 파고(波高)를 넘는 것이 급선무

현대차의 요청으로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리스 차량이 포함되는 등 약간의 내용 변경이 있었지만, 이 법은 큰 틀에선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급기야, 현대차는 IRA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판단되면 조지아주 공장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름의 방식으로 항의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법대로 시행하겠다'라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발언에 대하여 "우리와 미국의 입장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 정부도 의견서를 작성하여 미국 정부에 제출했다. "IRA 상 친환경차 세액공제 관련 요건들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국제 통상 규범에도 위반 소지가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북미 지역에 제공되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요건을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3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차별적 요소의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

치열한 경제 전쟁터에서 우방이라고 봐주는 일은 없다. 세계는 훌쩍 커버린 대한민국에 대해 전보다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위해 IRA를 완화할지 모른다는 순진한 발상은 버려야 한다. 거기다가 이 법안만 있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지원법’을 비롯한 다양한 이름의 법안들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를 압박할지 알 수 없다. IRA 같은 거센 파도는 이제 막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가 늘 마주쳐야 할 상수(常數)가 되어버렸다.

새 정부 들어서, 한동안 소원했던 한미 관계가 급속히 복원되어가고 있다. 내달에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면 안보와 외교 등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 문제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생사와 직결된, IRA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해결책을 얻어왔으면 좋겠다. 국민의 염원이 그것을 가능케 할 거라고 믿고 싶다.

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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