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파산 후폭풍…美뉴욕주 금융당국, 시그니처은행도 폐쇄...작년 말 기준 시그니처은행 예치금 117조원 규모…DFS, 자산몰수 절차 돌입

[금융소비자뉴스 김나연 기자] 미국 정부가 유동성 위기로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우리는 (미국의) 은행 체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해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결정적인 행동에 나선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SVB 사태가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개입한 것으로, 이번 조치는 아시아 금융시장 개장을 앞두고 나왔다.
다만 재무부는 주주와 담보가 없는 채권자 일부는 보호받지 못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SVB 고위 경영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재무부 등은 성명에서 뉴욕주 금융당국이 이날 폐쇄한 시그니처은행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재무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고객의 예금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지분과 채권에 투자한 이들은 "쓸려 나갈 것"(wipe out)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이들 은행을 "구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금융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조치에 이어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의 규제당국 금융서비스부(DFS)는 이날 시그니처은행을 폐쇄하고 자산몰수 절차에 돌입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그니처은행의 예치금은 885억9000만 달러(약 117조원) 규모다.
시그니처은행 자산도 실리콘밸리은행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넘겨받아 매각이나 예금 지급에 사용할 계획이다. 재무부는 “시그니처은행 예금주들은 모두 보호를 받을 것”이라며 “납세자들이 손실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예금에 대해 1인당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까지 보장한다.
시그니처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10일에 15% 떨어진 것을 비롯해 일주일간 주가가 34%나 폭락하며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곳이다.
이 은행 폐쇄 조처는 13일 금융시장 개장을 앞두고 또다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미국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예금 유출과 파급 효과를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미국 서부 스타트업들의 돈줄 역할을 해오던 실리콘밸리은행을 폐쇄했다.
이에 시그니처은행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등의 주가가 당일 20% 넘게 폭락하는 등 후폭풍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