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지 않으면 ‘해지’하라 안내…고객들 “소비자 기만” 분통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농협이 지난 2년여 동안 연 ‘6%대’ 금리의 장기적금을 5만좌 가까이 판매한 뒤, 고객들에게 불리한 약관변경을 일방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판매 당시 1~36개월 차 납입액에 대해 5년 만기까지 고정금리를 적용한다고 안내했지만, 돌연 3년간 납입액을 4년 차부터는 변동금리로 바꾸겠다고 고시했다.
해당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지’하라는 농협의 문자 한 통에 “약관을 은행 입맛대로 바꾸는 것은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2020년부터 지난달 24일까지 판매한 '자유적립적금' 상품을 둘러싸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만기가 최대 5년인 이 상품은 1~36개월차(첫 3년) 납입액에 고시 이율(고정금리)을 적용하고, 37개월차부터 최대 60개월차(4~5년) 납입액에는 변동된 이율(변동금리)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 반 동안 이 적금을 장기(만기 3년 초과)로 설정해 가입한 계좌 수는 4만8620좌(2463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첫 3년간 납입액에 대한 4~5년차 때 적용 금리가 변동된다는 점을 농협이 고객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품을 판매할 당시 약관도 불분명했다. 당시 약관은 ‘계약기간이 3년을 초과하는 경우 최초 가입 이후 3년이 되는 날까지의 저축금(1~36개월차 납입분)은 계약일 당시 게시한 이율’을 적용한다고만 돼있다.
3년이 경과한 시점의 적용 금리 설명은 약관은 물론 상품설명서에도 없다.
농협은 지난달 24일이 돼서야 기존 약관을 개정했다. 첫 3년 납입액의 4년차 이후 금리에 대해 ‘3년이 경과되는 날 기준으로 적용되는 3년제 자유적립적금의 이율’을 적용한다는 점을 추가했다.
또 비대면상에선 이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영업점에선 상품 구조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지만 비대면으론 설명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농협이 뒤늦게 약관 개정에 나선 것은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월7일과 19일 농협중앙회에 ‘자유적립적금 5년 계약 시 3년 이전 입금 금액에 대한 적용 금리’를 문의하는 민원이, 같은달 26일 금융감독원에 ‘36개월 초과 적용금리에 오해 소지가 있으니 신규 판매시 정확한 설명 및 약관 수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각각 접수됐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중앙회가 기존 고객에게 지난달 24일 변경한 약관을 기반으로 금리를 적용할 경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약관법 제5조에 따라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뭇매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입한 고객들 대부분 창구 직원이나 고객센터를 통해 해당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는 "사실상 사기에 가까운 것 아니냐"며 "약관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