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 증시 자금이 2조5000억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지속으로 국내 증시가 안정을 되찾는 데는 시일이 요구된다는 관측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등 국내 증시 자금은 모두 131조8803억원으로, SVB가 파산한 지난 10일 134조3556억원보다 2조4753억원(1.84%)이나 줄었다.
특히 증시 투자자예탁금의 경우 48조3254억원에서 46조2526억원으로 2조728억원(4.29%) 줄었다.
연초 들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도 SVB 파산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1조3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연초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도 6조2000억원대로 줄었다.
이 같이 증시 자금이 줄고 외국인의 순매도가 증가한 것은 미국 중소은행 파산을 시작된 금융권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후 미국에선 시그니처은행이 무너지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까지 불거지는 등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 유동성 위기를 UBS에 인수시키며 가까스로 모면했고, 2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0.25%p 기준금리 인상도 단행됐다.
이에 국내 증시가 안정을 되찾고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늘어나려면 시일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시스템 취약 우려를 자체적으로 해소하려면 불안한 곳이 없는지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과거 경험적으로 신용 위험이 한 번 부각되면 잠잠해지는데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