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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 밀어붙인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
양곡법 밀어붙인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
  • 류동길
  • 승인 2023.03.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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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국회는 무엇을 하는 곳이며 국회의원은 누구인가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를 밥먹듯이 해치우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주 국회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266명 중 찬성 169명, 반대 90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된 것이다.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예상치의 3~5%를 넘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8% 하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전량 매입해 쌀값을 안정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쌀값이 떨어지는 건 쌀 공급은 줄지 않는데도 수요는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식습관은 크게 바뀌어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의 134.6Kg에서 1985년 128.1Kg, 2012년 69.8Kg, 2022년 56.7Kg으로 계속 감소해 왔다.

지금도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는 쌀을 세금을 퍼부어 의무적으로 사 주면 과잉 생산을 부추겨 쌀값 안정은커녕 쌀값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쌀값을 안정시키려면 벼 봉사를 밀·콩·가루쌀 등 대체작물로 전환해 수급 균형을 이뤄야 한다. 쌀값까지 정부가 지원해 준다면 쌀 생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쌀농사는 기계화율이 90%가 넘어 농민으로서는 다른 작물 농사에 비해 쉬운 편이다. 더욱이 질 좋은 고급 쌀보다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선택하면 쌀 생산이 더 늘어나고 수입의존도가 높은 밀·콩 등의 재배면적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초과 공급량이 2023년 22만6000t에서 2030년에는 63만1000t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쌀 의무 매입에 연간 1조원이 들어가는데다 매입한 쌀의 보관비용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매입 후 2~3년 뒤엔 세금으로 산 쌀을 사료용이나 주정용 등으로 헐값에 처분해야 한다. 왜 이런 짓을 계속해야 하는가.

우리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2014년까지 20년 동안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미국·중국·베트남·태국·호주 등 주요 쌀 생산국별 쿼터에 따른 쌀을 수입했다. 그 수입물량이 현재 40만8700t에 이른다. 2021년 관세율 513%로 쌀시장을 개방했지만 최소시장접근(MMA) 규정 때문에 쌀이 남아돌아도 관세화 이전과 같은 양의 외국산 쌀을 수입해야 한다. 농민을 위한다는 정책의 결과가 이렇다.

쌀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쌀값을 안정시킬 수는 없다. 쌀 의무 매입은 단기적으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쌀 관세화 유예의 결과가 보여주듯이 결국 농민을 위하는 데에도, 쌀값 안정에도, 농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습도·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작물을 관리하는 스마트 팜(Smart farm)을 비롯한 농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이런 추세를 외면하고 퇴행적인 입법을 하고 있으니 딱하다.

민주당은 여당일 때 이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야당이 되자 시대착오적인 법을 통과시켜 놓고 농민을 위하는 것이 아닌데도 농민을 위한다고 생색을 내고,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부담을 지우려 한다. 무책임한 행태이고 입법 폭주다. 이런 청맹과니들이 국회의원이고 정당이라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양곡관리법 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노조의 불법 파업을 부추기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과 방송 장악 의도가 의심되는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해 여러 법안을 일방적으로 국회 본회의에 올렸다. 어느 정당도 평생 야당만 하거나 여당만 하는 게 아니다. 

여야의 주장이 같을 수 없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주장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정치가 ‘너 죽고 나살자’는 전쟁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가 청맹과니 국회의원에게 달려 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국가 경제 죽이고 국민을 힘들게 하는 입법 폭주 당장 멈춰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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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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