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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다툼 속 한국...K칩스법 통과와 협치의 모색
미·중 패권 다툼 속 한국...K칩스법 통과와 협치의 모색
  • 나병문
  • 승인 2023.04.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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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각자의 지지층 결집만 노리는 패거리 정치...이제라도 정신 차려서 협치 모색하고 당면한 위기 타개해야

[나병문 칼럼]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꼭 필요한 이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반도체 업계는 그나마 숨통이 트인 셈이다. 반도체 이외에 이차전지, 수소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도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로써 해당 분야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된다.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올해에 한해서) 10%의 추가 공제(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이에 따라 대기업 등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에 달하는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이 법안의 통과에 따라 역대 최고 수준의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며, 그동안 투자를 망설이던 기업들에 상당한 투자 유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법 개정에 따라 확정된 반도체 투자 세제 지원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강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자 감세라면서 적극적으로 이 법안을 반대하던 야당의 태도 변화가 다소 의외이면서도 반갑다. 아무튼 여야가 국익을 위해서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 같아 흐뭇하고 대견하다. 하지만 아직은 믿음이 덜 간다. 그동안 보여준 정치권의 행태는 이번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진정한 협치의 물꼬를 튼 것인지, 일회성 야합인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전형적인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오늘날 G2라 불리는 이 두 나라는 정치, 외교, 군사,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활을 건 대결을 벌이고 있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중국의 급부상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몸집을 잔뜩 키운 중국이 사사건건 도전하지만, 미국은 그것을 용인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에 걸려든 셈이다.

투키디데스는 그의 저서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전쟁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이론을 인용한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현재의 미국과 중국이 바로 그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졌다고 보았으며, 그로 인하여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고 보면, 중국은 이제 미국과의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의 행보엔 거침이 없다. 얼마 전엔, 중동의 오랜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 관계를 회복하도록 중재하며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에 더해서 유럽연합(EU)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도 갈수록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등소평이 주창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 외교는 이제 완전히 막을 내렸다"라고 논평했다.

최근 들어 중국은 신냉전, 보호무역 반대를 외치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한데, 그들의 주장이 억지스러운 면이 있긴 하나 전혀 근거 없는 것만도 아니다. 최근 미국의 행보는 우방국의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울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중국과 미국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

미·중 양대 강국의 멈출 줄 모르는 폭주는 세계정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그들의 야망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중국에 패권국의 지위를 양보한다면 모르거니와(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지금처럼 치킨 게임을 지속한다면 무역분쟁을 비롯한 온갖 형태의 충돌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종당엔 군사적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들 사이에 낀 우리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반도체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미국은 세계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무리수에 가까운 공세적 태도를 강화 중이고, 일본 또한 반도체 패권 국가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들은 최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자국에 TSMC 공장을 유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달라진 그들의 모습에서 전에 없던 결기가 엿보인다. 반도체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 우리 앞에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게 된 셈이다.

이런 판에 중국이 최근 미국의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일견 미국에 대한 공세적 대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중국의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삼성과 하이닉스에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를 향해 “미국 편에 서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말이다. 하기야 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전가의 보도(傳家之寶)마냥 전랑(戰狼) 외교를 꺼내 들어 주변국을 위협하곤 했다.

답답한 것은, 우리에겐 마땅한 대응 카드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정치권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집안싸움에 몰두하느라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각자의 지지층 결집만 노리는 패거리 정치의 미래는 보나 마나 암울할 게 뻔하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협치를 모색해야 한다. 당면한 위기를 타개할 묘수를 짜내는 것만이 그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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