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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사람이 전부...‘월드클래식’ 스타 오타니에게 배워야
경제도 사람이 전부...‘월드클래식’ 스타 오타니에게 배워야
  • 권의종
  • 승인 2023.04.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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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만다라트 자기계발법’, '8구단 드래프트 1순위' 외에 배려, 감사, 예의, 인사, 쓰레기 줍기 등이 실천 사항

경제도 ‘사람장사’, 사람 잘못 쓰면 망하는 지름길...우리나라 '월드클래식' 야구는 졌지만, '월드클래스' 스타 배우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남긴 여운이 제법 길다. 우승 트로피는 일본에 돌아갔다. 한국은 8강 진출도 못 하고 예선 탈락했다. 상실감이 컸으나 얻은 것도 없지 않다. MVP로 선정된 일본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에 대해 그간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그가 15세 때 작성했다고 알려진 ‘만다라트(Mandarat) 자기계발법’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만다라트 기법은 1979년 마쓰무라 야스오(松村寧雄) 클로버 경영연구소장이 고안한 사고(思考)법. 책으로 발간된 후 일본 기업에서 경영 전략과 업무 개선 등 아이디어 창출에 활용됐다. 1990년 미국에서 출간된 <일본에서 창조된(Created in Japan): 모방자에서 월드클래스 혁신가가 되기까지>라는 책에서는 ‘일본 4대 브레인스토밍 기법’ 중 하나로 소개됐다. 만다라트라는 명칭은 사용하는 도표가 불교화 양식인 ‘만다라’를 닮아서다.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연꽃(lotus blossom) 기법으로도 불린다. 

원리는 단순하다. 가로세로 세 칸씩 구성된 아홉 칸 네모 상자 가운데 칸에 핵심 목표를 써넣고, 그 주변 여덟 칸에 핵심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목표를 적는다. 이 여덟 개 세부 목표를 다시 바깥에 있는 여덟 개의 가로세로 세 칸의 네모 상자 가운데 칸에 각각 옮겨 적은 다음, 각 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주변 여덟 칸에 적는다. 이렇게 하면 총 64개의 실천 과제가 완성된다. 

​오타니가 세운 가장 중앙 핵심 목표는 '8구단 드래프트 1순위'였다. 세부 목표로는 몸만들기, 제구력, 스피드 160km/h, 변화구 등 야구의 기술적인 것과 야구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인간성’과 ‘운(運)’을 넣었다. 배려, 감사, 예의, 인사, 쓰레기 줍기 등을 실천 사항으로 정했다. ‘운은 다른 사람 등에 업혀 온다’, ‘행운은 노력으로 얻는 것’ ‘쓰레기 줍기는 다른 사람이 버린 행운을 줍는 일’이라는 그가 15세 때 했다는 말들이 놀랍기만 하다. 

경제의 성패와 성과=하드워킹(hardworking)+네트워킹(networking)

세부 목표의 하나인 인간성은 몸에 밴듯하다. 대회가 끝나고 미국 마이애미 공항에 도착한 오타니의 머리 위에 일본 대표팀이 아닌, 체코 대표팀의 모자가 씌워 있었다. 일본과 1라운드에서 만난 체코는 자국에 프로 리그가 없어 본업이 따로 있는 ‘투잡’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이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야구팬들에 진한 감동을 줬다. 오타니 또한 자신의 방식으로 체코팀에 응원을 보낸 것이다. 

실천 사항 가운데 하나인 상대에 대한 배려도 정상급이다. 오타니는 야구 경기 중 침을 뱉지 않는다. 방망이를 부수는 거친 상황에서도 의연히 대처한다. 심판과 살갑게 얘기를 나누거나 다른 선수들과 활짝 웃으며 대화한다. 고액 연봉 선수가 이따금 휘말리는 술과 도박, 마약 스캔들과는 거리가 멀다. 흡연은 안 하고, 술 역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안 마신다고 한다. 

오타니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장점은 하드워킹(hardworking)의 성실성이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몰입이 지나칠 정도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2020년까지 운전면허도 없었던 그다. 집과 훈련 센터만 오가는 생활을 이어왔다. 누구의 작품인지 몰라도 그에게 붙여진 ‘야구 수도승(baseball monk)’이라는 별명은 그에게 안성맞춤이다. 

위인전 속 인물들도 자기 일에 몰두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옛날얘기다. 작금의 현실에서는 혼자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고군분투 식의 하드워킹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나 성과가 좌우되곤 한다. 하드워킹으로 몰두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킹(networking)을 잘해야 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인재 부국’, 눈 부릅뜨고 인재 찾아 귀 쫑긋 세워 고견 구해야

경제에서도 하드워킹과 네트워킹, 둘 다 필요로 한다. 관료 집단이 우수하다 한들 그들의 열심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복잡다단, 변화무쌍한 경제 현상에 대처가 힘들다. 장단기 대책 마련은 커녕 현안 대응조차 버겁다. 그렇다고 공무원 수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세종의 집현전, 성종의 홍문관, 정조의 규장각 같은 싱크탱크를 따로 두기도 어렵다. 

해법은 어렵지 않다.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만 있으면 된다. 대한민국은 인재 부국이다. 유능한 국민과 전문가들이 각계각층에 포진해 있다. 정부가 두 눈 부릅뜨고 인재를 찾아 귀를 쫑긋이 세워 고견을 구하면 된다. 그러려면 ‘오타니적’ 자기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자기 사람’ 챙기는 못된 인사 관행부터 걷어치워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 좁디좁은 인재풀을 무한 확장해야 한다. 

지금은 앉아서 세계를 굽어다 보는 세상. 국민 여론이나 전문가 의견 수렴쯤은 마음만 먹으면 식은 죽 먹기다. 네트워크의 뜻이 뭔가. 그물(net) 치는 일(work) 아닌가. 그물을 치지 않고 어찌 고기를 잡을 수 있단 말인가. 바다에는 물고기가 그득한데도 먹거리가 없어 쫄쫄 굶고 있는 거나, 전문가를 지근에 두고도 활용치 못해 낭패를 당하는 거나 어리석기는 매한가지다. 

경제도 결국은 ‘사람장사’, 사람이 전부다. 사람 잘못 쓰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프로의 전문성을 총동원해도 시원찮을 판에 아마추어를 기용한다면 결과가 뻔하다. ‘월드클래식’ 야구에서는 패했지만, ‘월드클래스’ 스타, 오타니에게는 배워야 한다. 문제에 접근하는 치밀한 과학성을, 해법 도출을 위한 무한한 성실성을, 그리고 인재 귀한 줄 아는 따뜻한 인간성을.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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