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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통찰력과 안목...한일 관계 개선 행보를 보며
지도자의 통찰력과 안목...한일 관계 개선 행보를 보며
  • 임정덕
  • 승인 2023.04.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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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덕 칼럼] 필자는 1965년에 추진되던 한일 국교 정상화를 단호히 반대했고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단식 농성 투쟁에도 참가한 바 있다.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납득할 만한 충분한 보상도 없이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것은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자세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젊었던 시절의 행동을 후회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자의 국가관, 민족관과 세계관에 의한 판단이었고 더 직접적으로는 친구나 동료와 함께해야 한다는 젊은이의 패기와 동지의식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필자 자신이나 반대 운동을 이끈 주도 세력의 안목과 시야가 좁았고 깊지 않았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이제는 국교 정상화를 결행한 지도자의 결단이 오늘의 한국 산업화를 성취하고 나아가 민주화까지 이룩했음을 분명히 인정하면서 나라와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의 역할과 안목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자 한다. 아무 자본도 기술도 없던 당시에 청구권 자금을 활용하지 못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대한민국의 번영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중대한 결정이나 시대적 전환을 평가할 때 당초의 의도나 목적도 존중해야 하지만 그 결과와 변화를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 좋은 의도와 마음으로 결정했더라도 결과적으로 더 나빠졌거나 전보다 못한 상황이 됐다면 그런 결정을 이끈 지도자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진다. 한일 국교 정상화는 불가피하고도 옳은 결단이었음이 그 결과로 증명됐다.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수없이 많지만 무엇보다 앞서야 할 항목이 안목과 통찰력이다. 특히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경우에는 여론을 존중할 수밖에 없더라도 앞을 내다보는 냉철하고 고독한 결단이 필요한 때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나라의 장래를 위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온갖 명분과 이유를 내세우는 현재의 반대를 무릅쓸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이야말로 올바른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다. 이런 사례는 세계 역사에 수두룩하며 그런 결정이 역사의 물줄기와 국가의 흥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건국과 정부 수립, 한미 방위조약 성사, 근대화(산업화) 정책 수립과 강행, 한일 국교 정상화, 사채 동결 등의 결단과 조치는 여론 수렴과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시 지도자의 안목과 결단에 의한 것이었다.

나라의 장래와 국익을 위해 여론 악화와 인기 하락을 감내하고 멀리 내다본 결과다. 지난 정권의 탈(脫)원전이나 4대강 보 해체같이 일견 고상하고 멋있어 보이는 정책과 결정이 장래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얼마나 많은 부담과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지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도자의 안목과 통찰력 차이 때문이다.

위안부와 징용공 배상 문제 등을 둘러싸고 전 정권에서 의도적으로 조성한 반일 정서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한국이 먼저 움직이면서 풀어 나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2023년 봄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 결과는 윤 정권의 임기 내내 또는 이후의 북핵 관련 한반도 정세, 동아시아 정세, 한미일 관계, 미중 관계, 중국의 위상과 역할, 이미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의 포지셔닝(자리매김) 등의 변화로 구체화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한 예측과 판단, 획기적인 정책 수립 등에 대한 극단적 반대는 예나 지금이나 야당을 비롯한 정권 반대 세력의 좋은 먹잇감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은 늘 유념해야 한다.

식민지 지배라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과 반응은 매우 예민하고 복합적이다. 반일 정서를 일으키거나 부채질하는 것이 손바닥 뒤집듯이 쉬운 이유다. 다만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우리는 경제력에서, 국력에서, 세계에서의 위상과 역할에서 과거의 한국이 아니라는 ‘놀랍게 변화된 모습’이란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라 안팎에서 아무 힘도 없어 죽창가나 부르던 과거의 낡은 틀에 스스로를 가두면서 세계정세 변화를 스스로 외면하는 것은 안목 있는 지도자의 도리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구매력 기준)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현실이 눈앞에 전개되는 상황이다. 한국이 경색된 양국 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움직임도 결코 무리한 발상이 아니다. 결과는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앞을 내다보며 국익을 위해 먼저 움직이는 묘수도 오히려 필요한 때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정치인과 지도자 중에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이 적지 않다. 예컨데, 유대인이 노예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이집트를 탈출할 때의 지도자 모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리자 "내 이름을 생명책에서 지우더라도 백성 만은 살려 달라"고 진심으로 기도했고, 그의 소원대로 엑소더스와 가나안 새 땅 정착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죽음으로 나라를 살린 이순신 장군의 ‘선공후사’나 ‘멸사봉공’ 정신은 후대에 더 빛나고 있다. 참된 지도자에게는 결과적으로 자기가 희생될지도 모르는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고독한 결단이 때로는 필요하다. 이번의 주도적인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도 같은 차원과 맥락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임정덕 ( jdlim@pusan.ac.kr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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