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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밥' 논쟁...‘천원의 아침밥’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
한국인과 '밥' 논쟁...‘천원의 아침밥’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
  • 권의종
  • 승인 2023.04.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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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끼니 걱정을 덜어주려는 시도는 훌륭...그렇다고 유익한 사업이 모두 선량한 건 아니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 밥에 민감한 민족이다. ‘식사했느냐’가 인사말이고 ‘언제 밥 한번 먹자’가 관심 표현이다. ‘밥 논쟁’이 돌연 대학가로 번졌다. ‘천원의 아침밥’이 단연 화제다. 밥상 물가가 다락같이 오른 판에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니. 대학생들에게는 꿈만 같고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대학생이 천 원을 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천 원을 지원하는 구조다. 올 한해 150만 명분의 아침밥이 이런 방식으로 제공될 계획이다. 애초는 예산이 15억 원으로 책정됐으나, 여야가 합의해 30억 원으로 늘렸다. 서울특별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동참을 발표했다. 관내 지역의 대학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도록 도울 것을 밝혔다. 

결식률이 높기는 하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20대 절반 이상이 아침 식사를 거른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과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는 게 여의치 않아서일 것이다. 대학 구내식당 앞에는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삼각김밥이나 컵라면도 천원이 넘는 고물가 시대인데도 따뜻한 쌀밥에 서너 가지 반찬, 뜨끈한 국물을 단돈 천 원에 먹을 수 있어서다. 고단한 대학생들의 건강과 지갑을 수호하는 든든한 지킴이인 셈이다. 

대학생의 끼니 걱정을 덜어주려는 시도가 참으로 훌륭하다. 지원 규모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더없이 잘한 일이다. 하지만 유익한 정책이라 해서 모두 선량한 것은 아니다. 겉에 드러나는 성과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형평성과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면에 불편한 진실이 허다히 가려져 있음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천 원짜리 밥에도 MZ세대 표심 노리는 '싸구려' 포퓰리즘이 ‘물씬’

MZ세대 표심을 노리는 싸구려 포퓰리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서로 자기 성과라고 우겨대는 정치권의 행태가 방증하는 바다. ‘우리가 한 거다’ ‘너네는 예산을 삭감하고 반대한 사업이다’ ‘결국 우리 정권이 내놓은 정책이다’ ‘아니다. 아이디어는 우리가 낸 것이다’ 등. 설왕설래 옥신각신이 끝없다. 잘된 것은 자기 공(功), 잘못된 것은 상대 과(過)로 돌리는 한국 정치의 몰상식. 언제나 고쳐질지 기미조차 안 보인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게 어디 정치권에서 생색낼 일인가. 자랑을 해도 가장 큰 비용을 부담하는 대학이 해야 맞다. 아침밥 평균 단가는 낮게 잡아도 4~5천 원 선. 농림축산식품부 지원금 천원과 지자체 지원금 천 원에 학생 부담금 천 원을 받아도 대학은 끼니당 최소 1~2천 원을 감당해야 한다. 구내식당 운영시간을 늘리고 인력도 더 뽑아야 한다. 그게 다 돈이다.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대학으로서는 인건비와 식대 등에 대한 추가 지출 여력이 제한적이다. 정부나 지자체도 사업에 참여하려면 홍보용 보도자료 배포에 앞서 대학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는 게 순서다. 감춰진 속셈은 따로 있지 싶다. 대놓고 말하기 꺼려지나 초중고생에는 없는 투표권이 대학생에는 있다는 점을 그 영리한 정부와 정치권이 생각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계산속이 영악하다. 천원의 아침밥이 최소의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경제적’ 사업임을 놓치지 않는다. 대학생 전체를 상대하는 사업이면서 실제 천 원의 아침밥을 이용하는 학생은 극소수라는 사실이다. 대학별 차이는 있겠으나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기껏해야 100명 내외, 많아 봐야 200명 남짓에 불과하다. 규모가 큰 대학의 학생 수를 1만 명 내외로 볼 때 그 비중이 1∼2%의 미미한 수준이다. 정치권으로서도 군침이 돌고 구미가 당길만하다.

정책은 성과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형평성과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일관성은 눈곱만큼도 없다. 정치권의 태도 돌변에 이제 신물이 난다.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아이들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시장직을 걸고 찬반 투표를 벌였다. 보편이냐 선별이냐 논쟁이 극심했다. 여야의 논리가 극명히 갈렸다. 그런데 웬걸. 지금 와서는 서로 더 못 지원해 안달이다.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뀐 것인지. 어린아이는 선별 지원이 맞고 대학생은 보편 지원이 타당하다는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명분도 의지도 약하다. 진정 대학생을 도우려면 아침 식사에 그칠 게 아니다. 대학생의 경제적 부담이 아침 식사 뿐인가. 애초 사업 취지에는 남아도는 쌀 소비 증대도 포함돼 있었다. 내내 시큰둥하던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관심을 보인 까닭 중 하나다. 그렇다면 쌀소비 증대와 대학생 지원의 일거양득인 천원의 아침밥을 점심 식사로까지 확대하지 못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형평성 또한 문제다. 대학생만 지원하는 게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같은 또래의 청년층에 역차별이 될 수 있다. 공부하는 대학생은 아침밥을 천 원에 먹게 하고, 일하는 젊은이는 굶겨 출근시키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아침 장사하는 대학 인근의 식당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 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이 구내식당 뿐 아니라 대학 인근 상권에서도 식사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호응이 큰 천 원의 아침밥. 이를 계기로 대학생을 포함한 모든 이의 끼니 걱정이 덜어지면 좋을 것 같다.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도 이왕 도울 거면 제대로 도와야 맞다. 어설피 할 바에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일부 대학의 미담에 그치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먹는 것 갖고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까딱 잘못했다간 불화와 분란만 불러들일 수 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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