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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편전쟁의 굴욕...'마약퇴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中 아편전쟁의 굴욕...'마약퇴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 정종석
  • 승인 2023.04.2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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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세계의 중심이던 중국이 서구 열강의 침략에 제대로 한번 힘도 써보지 못하고 처참하게 무너져...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은 가히 충격적...마약범죄를 적시에 솎아내지 못한다면 그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의 몫으로 되돌아와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중국의 5000년 역사상 이처럼 처참하게 외세에 유린되고 능욕을  당한 일이 있었을까.

아편전쟁은 1840년과 1856년 두 차례에 걸쳐 대영제국과 청나라의 무역수지 문제로 일어난 전쟁이다. 계속 청으로 유출되는 은화(銀貨)를 영국이 다시 회수하기 위해 청에 아편을 살포하면서 일어났다.

청나라는 아편전쟁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중심이고 대국이었다. 그러나 아편전쟁 이후 허약한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자 청은 서구 열강의 덩치 큰 호구로 불리며 이른바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비슷한 시기(1853~1856년) 참전한 크림 전쟁에서는 두 나라가 무려 40만 대군을 투입해 러시아 제국을 상대한 데 비해, 1856년 말에 일어난 2차 아편전쟁에서는 겨우 20분의 1 정도인 2만명도 안 되는 병력으로 청나라의 무릎을 꿇렸다.

세계의 중심이던 중국이 서구 열강의 침략에 제대로 힘도 한번 써보지 못하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중국 문화예술의 보고인 원명원과 이화원이 약탈을 당했다. 나폴레옹이 ‘잠자는 사자’라고 불렀던 청나라는 ‘잠자는 돼지’로 전락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며 만국이 자신을 받들어 모신다는 환상으로부터 처절하게 깨어나게 된다.

과거 동양의 최강자였던 청나라가 아편전쟁 결과, 영국과 프랑스에 참패를 당한 후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즈음 '동아병부(東亞病夫)' 라는 말이 유행했다. 동아시아의 병자라는 뜻이다. 서구 열강의 눈에 비친 중국인들은 굼뜨고 무기력한 환자의 모습이었다. 영화 ‘정무문’은 중국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시대를 상징하는 ‘동아병부’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이러한 굴욕과 좌절의 역사는 20세기 이후에도 지속된다. 중일전쟁으로 일본에 국토 대부분이 유린당했다. 현대 중국 건국 이후에도 그저 덩치 큰 빈국이었다. 

미국과 중국,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놓고 ‘신(新) 아편전쟁’ 조짐

그런데 서세동점( 西勢東漸)의 시기에 마약으로 혼쭐이 난 경험이 있는 중국이 다시 마약의 창궐로 고민하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약 근절 캠페인에 참석, 대형 플래카드를 제작하는 모습에서도 이런 고민의 일단이 보인다. 중국 정부는 당연히 마약 척결을 위해 온갖 가능한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 마약사범은 이유를 막론하고 무조건 극형에 처하는 의지가 대표적이다.

중국도 거의 연중무휴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현실이다. 마약이 유통되는 현장이라고 판단이 될 경우 가능한 공권력을 총동원, 완전 박멸한다는 것이 공안당국의 기본 방침이다. 현재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도 마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마약단속국(DEA) 운영 및 국가 존망을 걸고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패권을 두고 갈등 중인 미국과 중국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놓고 ‘신(新) 아편전쟁’ 조짐을 보이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다. ‘죽음의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두 나라가 21세기판 아편전쟁을 치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억제를 위해 중국을 향해 잇따라 조치를 취하고 있다. 멕시코, 캐나다와 손잡고 협의체를 구성하는가 하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단행했다. 반면 중국은 중국은 “펜타닐 오남용은 미국이 관리할 문제”라며 맞서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의 갈등이 마약으로까지 번지며 ‘신(新) 아편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펜타닐을 투약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쓰러지고, 걷다가 그대로 서서 잠드는 등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목격되고 있다. 19세기 중국이 아편으로 무너졌듯 21세기 미국은 펜타닐로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려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중국과 펜타닐 원료 공급 통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에서는 펜타닐 문제의 근본 원인은 중국이 원료를 대량 생산하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이를 가공해 밀수출하는 데 있다고 본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2월 “미국 청장년층 사망 원인 1위인 펜타닐 중독과 관련해 중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은 가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마약이 특정인들 만의 불법 물질이 아닌, 평범한 학생과 시민들에게까지 쉽게 파고 들어갈 수 있는 물질이 되었다는 점이다.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실로 걱정스럽고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정부와 사회는 더 이상 마약범죄 앞에서 머뭇거려선 안 돼 

마약범죄는 은밀하고도 치밀한 수법으로 퍼져가고 있다. 마약사범들의 경우 국제 마약상들이 구축한 딥 웹(IP주소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특수 웹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웹, 일명 다크 웹)에서 마약류를 직구하거나,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정보통신 변화에 익숙한 10대 청소년에게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년도 10대 마약류 사범은 454명, 20대 마약사범 역시 535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유혹 혹은 호기심으로 거부감이나 죄의식 없이 이뤄지고 있어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마약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스며든 충격적인 일"이라며 "검찰·경찰은 마약의 유통, 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마약사건과 관련해 분노를 드러내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합동 단속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정부와 사회는 더 이상 마약범죄 앞에서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마약범죄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전 국민적 관심과 매서운 감시가 필요하다. 수사기관에서는 교묘한 범죄수법에 대응할 마약범죄 전문가 양성, 대응방법 연구 및 창의적인 수사기법을 강구해야 한다.

투약자를 검거하는 단편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제조범 공급책 알선책 투약사범으로 이어지는 마약 유통망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전방위적인 실효성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검거와 효과적인 치료를 병행, 투약사범이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마약은 개인의 삶을 파멸로 이르게할 뿐만 아니라, 온 사회를 병들게 한다. 마약범죄를 적시에 솎아내지 못한다면 그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의 몫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 우리나라가 과거 마약청정국의 위상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국가안전망 확보 및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마약퇴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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