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경쟁당국이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한화의 대우조선해양인수 인수 작업이 내달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원회의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5개 한화 계열사가 대우조선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시정조치 부과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방위산업의 특수성과 수직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고려해 필요 최소한의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업결합은 공정위가 방위산업 시장 내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부과한 첫 사례다.
공정위가 언급한 시정 조치는 함정 부품의 견적가격을 부당하게 차별 제공하는 행위 금지, 함정 부품에 대한 기술정보 요청 부당거절 금지, 경쟁사 영업비밀을 계열사에 제공하는 행위 금지 등 세 가지다.
이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수상함 및 잠수함 입찰과 관련, 함정 항법장치·함정전투체계·함포·함정용 발사대 등 한화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10개 함정 부품을 함정 건조업체가 직접 구매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에 한화 등은 반기마다 공정위에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시정조치 기간은 우선 3년으로 공정위는 3년 뒤 시장·제도 변화 등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로써 앞서 유럽연합(EU) 등 7개 해외 경쟁당국이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상황에서 공정위는 작년 12월 19일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해 약 4개월 만에 심사를 마쳤다.
국내외 8개 경쟁당국이 모두 두 회사 간 기업결합을 승인한 만큼 내달 중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수직 결합은 경쟁업체 간 수평 결합보다 경쟁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업결합 심사는 함정 부품 시장 독점·유력 사업자인 한화와 잠수함 시장 압도적 1위(수상함은 2위)인 대우조선 간 수직 결합이 군함 및 군함 부품 시장 경쟁을 부분적으로나마 제한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화 측은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방산 시장은 수요 독점 지위에 있는 정부가 강력하게 관리·통제하며 규격과 가격도 정부가 결정하므로 실질적으로 경쟁 제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화와 대우조선은 인수가 무산되면 대우조선이 도산할 수 있고 이 경우 거제 지역과 국가 경제에 부정적일 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의 조선업 독점이 심화할 것이라고도 강조하기도 했다.
공정위도 방사청이 유일한 수요자이므로 방사청을 통한 감시와 제재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보았지만 방사청이 함정 부품을 구매해 건조업체에 주는 관급이 아닌 도급 계약에서는 방사청이 가격·정보 차별 행위를 적극적이고 실시간으로 감시·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술 능력과 가격을 각각 80%, 20% 평가 요소로 고려해 미세한 점수 차이로 낙찰자가 정해지는 함정 입찰 시 한화가 입찰 제안서 작성 때 대우조선 경쟁 업체에 부품 정보를 덜 주거나 견적가격을 높게 제시해 '구매선 봉쇄 효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또 한화나 대우조선이 각자 거래 과정에서 파악한 경쟁사 기술의 한계·단점, 개발 일정, 단가 정보 등 영업비밀을 서로에게 전달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화와 다른 함정 부품 업체 간 담합 위험도 커진다고 봤다. 실제로 한화와 LIG넥스원 등 4개사는 차세대 잠수함 장보고-Ⅲ 탑재 장비 입찰에서 담합해 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한화 등은 신종자본증권이 실질적으로 부채임을 고려하면 대우조선은 사실상 회생 불가 회사이므로 시정조치 예외 대상이라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대우조선이 가까운 시일 내에 도산할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경쟁 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