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정재계 친분 쌓아 투자 권유, “1억 넣으니 5000만원 수익” 현혹...매수·매도 반복 ‘통정거래’로 조작, 휴대전화로 투자해 추적 피한 듯
[금융소비자뉴스 홍윤정 기자] 금융당국이 이번 주 주식시장에서 하한가 종목이 속출한 'SG증권 사태'의 배경으로 알려진 주가조작 세력과 관련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는 27일 서울 강남구의 H투자컨설팅업체 사무실과 관계자 명의로 된 업체,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해당 주가조작단과 관련 있는 서울 강남구의 골프업체도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 입장에서 관계기관이 협력해 신속히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압수수색도 금융위를 포함해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남부지검 합동으로 34명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부터 서울가스·대성홀딩스·삼천리·선광·세방·다우데이타·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 8개 종목은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해 매물이 쏟아지며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락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주가 조작 세력들이 해당 종목의 매물을 급하게 팔면서, 주가가 급락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취재를 종합하면 주가조작 세력은 의사 등 전문직을 상대로 친분 관계를 쌓은 뒤 ‘당신에게만 특별히 알려주는 것’이라고 접근해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 주식은 저평가돼 있고, 우리가 투자하는 주식은 대주주가 주가를 높이면 나중에 상속 시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주가를 눌러 놓은 것”이라고 소개한 뒤 “현재 주가보다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게 정상이라 이를 정상화시키고자 우리가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실제 대주주의 지분이 커서 거래되는 주식의 양이 비교적 한정적인 기업들이 대상이 됐다. 대성홀딩스의 경우 대주주 지분 비율이 72.74%에 달했다. 유통 주식이 적다 보니 주가조작이 용이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맡겨 놓고 그냥 딱 신경을 끊어라. 간섭할 거면 아예 투자를 하지 말라. 투자할 사람이 줄을 섰다”며 배짱을 부리기도 했다. 최소 투자금액은 보통 1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한 투자자가 1억원을 투자했다면 몇 달 뒤 총 1억 5000만원을 돌려주고, 5000만원의 절반인 2500만원은 수수료 몫으로 떼어 갔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투자한 돈 이상으로 수익을 내줬기 때문에 초기 투자보다 더 많은 돈을 끌어다가 다시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투자 수수료는 직접적인 계좌 이체가 아닌 골프 레슨비나 물품대금 명목 등의 방식으로 지급했다.
특히 주가조작 세력이 2020년부터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대리투자를 하며 내부관계자들끼리의 매매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통정매매'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자 일부 투자자들이 물량을 던지며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압수수색이 이뤄진 골프업체에 레슨비를 내는 식으로 주식 투자 수익 수수료를 대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주가조작은 흔한 수법이지만 이번 사건처럼 3년여에 걸쳐 대규모 자금이 동원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