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정윤승 기자] 한국은행은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대에 진입했으나 근원물가는 4%대를 유지한데 대해, 근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2일 오전 한은 본관 16층 회의실에서 열린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이 말했다.
김웅 부총재보는 “4월 소비자물가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 및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이 상당 폭 낮아지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반면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 수준은 4.0%를 유지해 경직적인 흐름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2월 이후 석 달째 4.0%로 꿈쩍하지 않았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물가는 1월 5.0%, 2·3월 4.8%, 4월 4.6%로 비슷하게 둔화 흐름이 더디다.
통계청은 4월 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비 3.7%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2월 4.8%, 3월 4.2%에 이어 4월 3.7%로 떨어지면서 큰 폭의 둔화 흐름을 보인 것이다. 3%대 물가상승률은 작년 2월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으로의 물가 오름세와 관련해 그는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물가 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6% 올라 전월(4.8%)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OECD 방식의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0% 올랐다.
지난 3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의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데 이어 4월에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2020년 6월 이후 34개월 만에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 등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가 전체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보다 더딘 모습이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7% 올랐다.
기획재정부 장보현 물가정책과장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재 OECD에서 3%대 이하의 물가를 기록 중인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 스페인(3.1%), 일본(3.2%), 룩셈부르크(2.9%), 스위스(2.7%) 정도"라고 말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총지수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하락 폭이 커져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라며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나 국제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원물가란 농산물(곡물 제외)과 석유류 등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장기적이고 기조적인 물가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시적인 외부 충격이란 장마나 가뭄과 같은 계절적인 영향이나 석유가격 등 물가변동분이다. 근원물가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를 근원물가지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