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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받는 달러패권, 추락하는 원화 가치
도전받는 달러패권, 추락하는 원화 가치
  • 나병문
  • 승인 2023.05.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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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작년 12월 중국·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로부터 석유와 가스 수입을 늘리겠다며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지금까지 달러화로 결제하던 에너지 수입대금을 위안화 결제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은 러시아와의 거래에서도 위안화의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체제에서 밀려나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진 러시아가 그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브라질 역시 중국과의 무역 대금 결제와 금융거래에 달러 대신 위안화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3월에 중국을 방문한 브라질의 룰라 신임 대통령은 상하이에 있는 신개발은행(NDB)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모든 나라들이 무역 대금 결제를 왜 달러로 해야 하는지 매일 되묻곤 한다"라며 중국의 탈 달러화 정책에 적극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남미의 또 다른 대국인 아르헨티나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이처럼 남미의 주요 국가들이 대외 무역에서 달러가 아니라 위안화를 사용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알다시피 남미는 반미의식이 강한 국가(정권)들이 많은 지역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중국이 해당 국가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탈 달러화 정책에 동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몇몇 남미 국가들의 친중국 행보를 지켜보면서, 중국의 전략이 상당히 먹혀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뿐이 아니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안화를 대출해주고 자국과의 무역에서 사용토록 하였다. 관영 매체들을 시켜 "달러패권에 대한 위안화의 도전"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만 보아도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위안화를 글로벌 통화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 결과 지금은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국제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4.5%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미 달러화, 기축통화에서 퇴출되나?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모든 면에서 선명해진 미·중 갈등으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세계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게 될 거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진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달러화의 국제통화 지위가 더 이상 당연시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또한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달러화의 지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세계 외화 보유고 중에서 차지하는 달러 비중은 58.4%로 단연 1위다. 하지만 2001년 4분기의 71.5%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어든 수치다.

그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65%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 4분기 이후 60% 밑으로 내려갔다. 이 같은 변화는 달러화의 압도적 지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다른 통화가 그 자리를 서서히 잠식하는 중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달러화가 머지않아 기축통화 지위를 잃게 될까?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2년 외환거래의 88%가 달러화로 이뤄졌다. 반면 위안화 비중은 7%였다. 그 뿐이 아니다. 스위프트(SWIFT) 결제망에서 사용된 달러화 비중은 지난 1월 기준 45.4%였다. 아직도 국제 차입과 무역 거래의 절반가량이 달러화로 진행된다.

어떤 기준이든, 위안화는 아직 달러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여러 측면에서, 달러가 기축통화의 자리에서 맥없이 퇴출될 거라는 예단은 섣부르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선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아직은 어떤 나라도 미국의 상대가 안 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도 기고를 통하여 경제학적으로 달러 지배력의 중요성이 과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달러패권 시대가 조만간 막을 내리지는 않을 거라는데 대체로 동의한다.

원화 가치 추락, 그 원인과 대책

문제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원화 가치가 최근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환율 변화 추이를 보고 있노라면 우려스러울 정도다.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가 약세면 다른 나라 화폐는 강세를 보이기 마련인데, 어찌 된 일인지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허약해진 탓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한시바삐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더 큰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무역적자와 양국 간 금리차이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지속적인 수출 부진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와 대중국 수출 감소가 겹치면서 한국은 1년 넘게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원화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수 밖에 없다. 무역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 선전하고 있는 자동차와 조선 분야에서 계속 흑자를 내고, 반도체는 적자 기조에서 시급히 탈출해야 한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간 금리 차이도 원화 약세의 원인이다. 금리 차가 커질수록 외국 자금은 빠져나간다. 그걸 알면서도, 경기침체 우려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탓에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결국 치유책은 허약해진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길 뿐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급할수록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경제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중요도와 우선순위에 맞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에겐 좁은 국토와 빈약한 자원, 전쟁의 참화를 겪은 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일으킨 저력이 있다. 그 원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우수한 인적자원이다. 산업 시대의 선배들은 ‘할 수 있다’라는 신념 하나로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경제도약을 이루어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일종의 ‘성장통’이다. 비록 눈앞의 여건이 만만치 않지만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 지금의 위기는 제2의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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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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