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홀딩스는 도쿄 소재 지주사로 3개 일본계은행이 최대주주 분명. 저축은행의 4개 펀드주주 설명은 애매
손정의 계열 보도도 있지만 맞다면 자랑했을것. SBI저축은행 부사장, 기타비상무이사 등도 일본인 이름들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자산규모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은 일본계일까, 아닐까?
최근 수년간 여러 이유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질때마다 롯데그룹 등 일본 냄새가 강한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은 불매운동의 불똥이 혹시나 자신들에게도 튈까봐 노심초사해야 했다.
1990년대 이후 일본계 자금의 진출이 줄을 이었던 저축은행 업계나 대부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저축은행 업계에선 자산규모 1위와 2위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부터가 모두 일본계로 오래전부터 분류돼 불매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관심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양 저축은행의 이 문제 대응방식은 약간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OK저축은행은 ‘일본계라기보다 재일동포 자금’이라는 쪽으로 설명을 강화했다. OK저축은행이 속한 OK금융그룹의 각종 공시 또는 홍보자료 등을 보면 ‘재일동포 자금’이란 설명은 맞아 보인다. 그러자 일부 국내 여론은 OK쪽을 일본계에서 아예 빼주기도 한다.
SBI저축은행은 ‘출발은 일본계였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쪽으로 설명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계’나 ‘재일동포계’라고 분명히 밝히지도 않는다.
SBI저축은행 감사보고서를 보면 ‘1971년 설립되었으며, 2013년 3월 일본 SBI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돼 상호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SBI저축은행으로 변경했다. 2014년 10월 SBI2저축은행, SBI3저축은행, SBI4저축은행을 흡수합병했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합병 과정을 통해 일본계에서 탈피(?)했다는 얘기일까?
SBI저축은행 감사보고서 주석난의 22년말 기준 주요 주주현황을 보면 SBIF(22.7%), SBICF(22.7%), SBIIF(22.7%), SBIAF(17.2%), SBI저축은행 자사주(14.7%) 등이 주요 주주들로 나와 있다. SBIF, SBICF, SBIIF, SBIAF 등은 모두 주식회사 형태의 사모펀드들로 추정된다.
이 4개 펀드들을 구성하는 다수 자금이 일본계가 아니라면 SBI저축은행측 주장이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수자금의 국적이나 자금구성 등에 대해서는 감사보고서나 홈페이지 어디에도 설명이 없다. 만약 다수자금이 정말 비일본계라면 그걸 자랑하기 위해서라도 감사보고서 등에 떳떳이 밝혔을 것이다.
최근 공시된 SBI저축은행의 22년 통일경영공시에는 감사보고서나 홈페이지보다 좀 더 구체적인 최대주주 설명이 나온다. 통일경영공시의 대주주 발행주식 취득 현황을 보면 이 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여전히 SBI홀딩스다. 물론 SBI홀딩스의 지분율이 몇 %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SBI홀딩스에 대한 설명은 통일경영공시 ‘동일 계열회사’난에 도표로 일부 정리돼 있다. 이 도표에 따르면 SBI홀딩스는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고, 사무실 주소는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록뽄기 잇쵸메 6번1호다. 대표이사는 키타오 요시타카,
주요 주주들과 지분율은 The Master Trust Bank of Japan,Ltd.가 15.22%,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이 9.92%, Custody Bank of Japan, Ltd.가 4.97%로 되어있다. 이밖에 The Bank of New York Mellon Corporation 140051과 140042가 각각 3.76% 및 2.52%의 지분율을 갖고 있다. 이 뉴욕 소재 멜론은행의 최대주주가 미국계인지 일본계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SBI홀딩스의 최대주주인 The Master Trust Bank of Japan,Ltd 등 3개 은행은 이름부터가 일본계다. 이들 3개 은행 지분율만 30%를 넘는다. 3개 은행 지분율만으로도 SBI홀딩스의 최대주주라고 해야할 것이다. SBI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SBI홀딩스이고, SBI홀딩스의 최대주주는 3개 일본계 은행들임이 분명해 보인다.
지분율이 똑같은 SBI저축은행 4개 대주주 펀드들 중 만약 비일본계 펀드들의 지분율이나 투자자금이 더 많다면 저축은행의 최대주주를 SBI홀딩스라고 표기하기는 어렵다. SBI 통일경영공시 주주구분난에는 SBI홀딩스를 그냥 ‘대주주’가 아니라 ‘최대주주’라고 분명히 표기하고 있다.
22년말 기준 SBI저축은행 임원 명단에도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몇 있다. 사업지원부문장인 다니구치 카쯔츠구 부사장과 사외이사인 카토 요시타카 변호사 등이다. 기타 비상무이사의 이름도 모리타 슘페이라는, 일본인 추정 인물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보통 자회사 견제와 관리를 위해 자회사 임원명단에 올리는 본사 임원들의 보직이다.
어느모로 보나 SBI저축은행의 최대주주 또는 주력 자금들은 정통 일본계가 확실해 보인다는 얘기다. 일본계중에서도 재일동포 자금들이 주력인지 아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SBI홀딩스가 1999년 재일동포 손정의 회장이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 그룹의 투자로 설립됐다는 일부 보도가 있긴 하다.
손정의 계열이라면 떳떳이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OK처럼 재일동포 자금으로 분류되면서 국내여론이 일본계에서 빼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는걸 보면 보도의 진위부터가 의문시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자신들의 재무제표나 공시자료 등에 이렇게 표기해 놓고도 ‘더이상 일본계 자금이 아니다’라고 우기는 SBI저축은행의 정확한 속내나 속사정이 무엇인지는 더 이상 알 수 없다"면서 "일본계임을 그냥 숨기고 싶어 이런다면 그 입장이나 처지가 안쓰러울 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