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에 권한과 책임을 적절히 부여하고 규제 전략의 사전적 공시 등을 통해 정책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원에는 사실확인 조사권과 조치 건의권 정도만이 주어져 미국의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에 비해 권한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을 분리해 금융회사의 기만적 영업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관의 권한과 책임은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금융소비자보호국(이하 CFPB)을 출범시키고 연준, 통화감독청, 연방예금보험공사, 전국신용조합감독청 등이 분산해 담당하던 예금취급기관 등의 소비자보호 관련 규제•감독을 흡수해 통합 관리하도록 감독체계를 개편했다.
지난 1년간 CFPB는 소비자보호를 위한 주요조치로 ‘차입자보호 강화’ 등을 시행하고 다양한 규정안을 내놓았다.
CFPB의 차입자보호 강화 조치는 모기지대출, 신용카드, 대학생대출과 관련된 정보제공 양식을 단순화하고 통합하는 것으로 지난 7월 새로운 대출비용 산정 및 대출계약체결에 관한 정보제공에 관한 규정안을 내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또 고비용 모기지 및 신용상담, 대출회사 보상체계, 모기지 관리 회사의 영업행위 투명성에 관한 규정안을 새로 내놓았으며 상환능력 평가(적격모기지 포함)에 관한 규정안을 지난 5월 연준으로부터 이관 받아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월 최종화할 예정이다.
소비자보호 관련 법규정을 위반한 금융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규제와 감독 권한을 행사하고도 있다.
지난 7~10월 동안 CFPB가 제재권한을 행사한 사례는 캐피탈 원, 디스커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신용카드 회사의 채무상환보험 가입 유도, 유료 부가서비스의 무료 설명, 약속한 혜택 불이행 등 기만적 영업행위에 대한 피해자 배상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국 이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을 분리한 국가는 벨기에, 프랑스, 영국,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등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에 이어 올 7월 금융소비자보호 전담조직과 관련한 법안을 제출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미국 CFPB에 비해 소비자보호와 관련한 위상과 금융회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감시 및 제재 권한이 약하게 책정돼 있다.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법률 제 •개정안은 금융소비자보호원장의 임면권이 금융위원회에 있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은 사실확인 조사권과 금융위 혹은 금감원장에 조치를 건의할 수 있는 권한 정도만 주어져 있다.
노형식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연구센터장은 “미국의 금융소비자보호국은 의회의 감시를 받는 독립기구로 소비자보호 강화 주요조치 시행, 규정안 공포, 과징금 부과 등의 고유 권한을 활발하게 행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립 시 국회 논의를 통해 전담기구의 권한과 위상 등을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 및 법률 변화에 대해 금융회사가 느끼는 불확실성을 경감시키기 위해 금융정책 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와 관련한 일관된 정책 방향성을 갖고 시장에 규제변경 일정 등을 사전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