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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과 살아 있는 자의 책무
5·16과 살아 있는 자의 책무
  • 임정덕
  • 승인 2023.05.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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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덕 칼럼] 5월은 대한민국의 최근세사에서 기록되고 새겨져야 할 두 가지 정치적, 경제적 사건이 들어 있는 달이다. 하나는 5·16 군사 정변이고, 다른 하나는 5·18 광주 민주 항쟁이다, 둘 다 한국 역사의 전개 과정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특히 5·16은 정치, 경제, 산업과 국민의 의식구조 등 다방면에 걸쳐 변화와 발전의 결정적 전기를 만들어 준 사건이었다.

5·16은 한국의 오늘을 있게 한 역사의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1961년 당시 한국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세계 최빈국이었다. 4·19로 민주화의 길은 열었지만 산업적, 경제적으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가운데 정치적 혼란이 거듭되는 때였다. 그때까지는 경제적, 군사적으로 남한보다 앞섰던 북한이 만약 또 다른 도발을 저질렀다면 도저히 막아낼 능력이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집권한 군사 정권이 아무런 기반이나 경쟁력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 철강, 자동차, 조선, 전자, 반도체 등의 산업화가 모두 성공함으로써 오늘의 한국을 이루게 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직후의 모든 것이 파괴된 상태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국력이나 소득 수준 등에서 우리나라를 명실 공히 세계의 강국으로 만든 획기적인 계기는 5·16이다. 

오늘날 한국인이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누리며 세계인의 인정을 받는 것은 강한 경제력의 뒷받침 때문이다. 5·16이라는 분수령 없이도 지금처럼 부강하고 잘 사는 민주 국가를 만들 수 있었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나 학술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지난 세기 이래 세계의 모든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염원하는 지상 목표는 산업화와 민주화다. 두 가지 다 이루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한 가지라도 제대로 이루었다고 자신 있게 나설 나라도 거의 없다. 산업화를 먼저 이룩하는 것이 민주화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경로라고 단언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관찰하건대 산업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민주화는 쉽지 않고 이미 이룩해 놓은 민주화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 경험적 현실이다. 1960년대 초에는 한국보다 민주화가 더 진척돼 있었고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의 2배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역전된 필리핀이 좋은 예다. 

소위 선진국에서도 경제가 흔들리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우리는 늘 목도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5·16이 ‘잊힌’ 내지 ‘잊고 싶은’ 과거가 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5월 16일자 한국 최대 일간지의 어느 지면에서도 5·16에 대한 직·간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어떤 일에도 공과와 선악의 양면성은 존재하고 그 의도나 과정 또는 결과에 대한 찬반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한 나라의 과거나 역사는 잊을 수도 없고 또 잊어서도 안 된다. 다만 평가는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나라를 망친 과거 조선의 성리주의자들처럼 이념이나 당리당략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다시 말해 절차와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민주적 방법에 의한 집권이 아니었다는 점을 문제삼아 5·16이 한국 근대사에 남긴 성과 자체를 부정하거나 무시 또는 폄훼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2023년 현재 한국의 정치판을 1961년 당시의 정치판으로 대입시켰을 경우에 벌어질 전개 과정을 상상해 보면 오히려 당시 상황의 불가피성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경과와 과정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결과와 성과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여의치 않게 결과를 망친 경우와 시작하는 방법은 정상적이지 않았더라도 과정과 결과는 훌륭한 경우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또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당시 군사 정권이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면 당연히 집권 방법과 이후 통치 과정에 따르는 책임과 비난도 역사적으로 짊어져야 한다.

한국의 평균 수명이 급격히 늘어난 덕분에 5·16을 직접 체험한 세대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살아 있는 증인들의 책무는 역사나 과거를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거나 폄훼하는 것을 막고 진실과 명확한 상황을 알리며 바른 역사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는 것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임정덕 ( jdlim@pusan.ac.kr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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