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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과 봉급을 헌 신발처럼 여겨야
벼슬과 봉급을 헌 신발처럼 여겨야
  • 박석무
  • 승인 2023.06.0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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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세상이 참으로 위험한 분위기로 돌아갑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면서 강하게 몰아세우는 북한에 대한 압박, 한미동맹 만이 모든 외교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친미 일변도의 외교정책, 모든 과거사를 묻지 않고 일본 쪽의 주장에 동조하여 일본의 입장만 옹호해주는 대일외교, 이런 모든 것에는 반대로 위험요소만 증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 감고 있는 것에 위험한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최고 결정권자 한 사람의 뜻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면서 함께 일하는 고위공직자들의 역할은 전혀 보이지 않아 더욱 걱정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때야말로 우리는 위기와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산의 지혜를 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산의 시대는 임금과 신하들의 시대여서, 임금과 신하의 이야기로 대신하여 다산의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목민심서』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가 되고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며 안전한 삶을 누리려면 신하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열거한 공직자들의 바이블입니다.

잘못하는 관찰사나 임금에게 목민관인 신하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밝혀진 대로 실천에 옮기라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다산은 목민심서 이외의 많은 글에서도 목민심서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수없이 말하며 임금에게 간(諫)해야 할 신하들의 의무를 상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 들어있는 「위영암군수이종영증언(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이라는 글이 신하가 해야 할 의무와 행동지침의 좋은 본보기 글입니다. 친구의 아들인 영암군수에게 목민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핵심적인 이야기 몇 조항을 말했습니다. 임금이 잘못하는 일이 있을 때는 주저없이 강하게 간언(諫言)을 올려 시정하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하가 행여라도 녹봉을 받지 못할까 걱정하고, 직위에 연연한다면 임금은 신하의 말을 절대로 들어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엄한 말로 위협이나 한다는 것입니다. 신하라면 언제라도 녹봉과 지위는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다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임금이 알고 있을 때에만 신하의 주장을 임금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좋은 것은 벼슬이고 높은 지위이고 넉넉한 녹봉입니다. 월급 후하게 받으며 권력이 강한 벼슬을 하는 일, 얼마나 귀하고 행복한 일인가요. 그렇지만 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신하라면, 그런 귀하고 후한 지위와 녹봉도 언제든지 던져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참다운 공직자의 자세라는 것입니다.

잘못하는 임금에게 잘못을 지적하여 시정을 요구하다 들어주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사표를 던지고 떠나버릴 수 있는 그런 신하가 그리운 때가 지금입니다. 상관이 언제나 신하가 휙 날아가버릴 새처럼 생각한다면 신하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는 다산의 주장입니다.

“봉록과 지위를 헌신짝처럼 버려라!” 다산의 경고가 간절하게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언제나 상관 앞에서는 벌벌 떨면서 행여라도 자리가 떨릴까 보아 아부와 굴종만 하는 신하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갈수록 위험해지는 외교, 누구 말도 듣지 않고 독주만 계속하는 임금에게 다산이 바라던 신하는 없다는 것입니까.

“만약 구슬을 품은 자가 힘센 사람을 만난 것처럼 조마조마하고 부들부들 떨며 오로지 구슬을 빼앗길까 두려워한다면, 역시 그 지위를 보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다산의 맺는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부와 굴종만이 지위 보전의 최상의 방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박 석 무

 (사)다산연구소 명예 이사장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다산학자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의 마음을 찾아―다산학을 말하다①』, 현암사
『다산의 생각을 따라―다산학을 말하다②』, 현암사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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