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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증권사 전수조사
금융당국,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증권사 전수조사
  • 박도윤 기자
  • 승인 2023.11.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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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고령자 등에 위험 충분히 알렸는지 등 '불완전 판매' 따질 것"
은행권 "법규 강화돼 불완전 판매 여지 없어"...증권업계 "비대면 판매 80%로 문제에서 자유로워"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폭락 여파로 은행권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40%대 원금 손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판매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관련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손실 가능성, H지수의 큰 변동성 등을 충분히 알리고 설명했는지 등 불완전 판매 여부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2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최근 수년간 팔아온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실상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은행검사1국은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에 들어가 다음 달 1일까지 무려 10영업일에 걸쳐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현재 진행되는 정기 검사 과정에서 관련 ELS 부분이 다뤄지고 있고, 신한·우리·NH농협 등 주요 판매 은행들도 금감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서면 조사를 받고 있다.

증권사 중에서는 최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 당국은 이번 조사 단계에서부터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의 가입자 상당수가 고령자라는 사실에 주목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자료와 정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일단 본점 차원에서 H지수 ELS를 어떤 의사 결정을 통해 팔게 됐는지, 고위험 상품이니까 고객에게 판매할 때 제대로 교육했는지, 어떤 자료가 있는지, 직원 KPI(핵심성과지표) 문제 등을 미리 한번 볼 것"이라고 말했다.

불완전 판매 논란과 관련해서는 "H지수의 경우 과거에도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일이 반복됐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지했는지, H지수가 크게 하락하면 손실 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명확하게 고지했는지 등을 점검해보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전수 조사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은, 홍콩H지수 연계 ELS 가입자의 수 조원대 손실이 내년부터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서 산출하는 지수로, 변동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H지수는 2021년 초 10,000∼12,000포인트에서 현재 6,000포인트까지 하락했고, 현재 중국 경기로 미뤄 반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펀드(ELF)와 주가연계신탁(ELT) 포함] 가운데 약 8조4100억원어치(11월 17일 기준)가 내년 상반기 만기를 맞는다. 

만약 H지수가 현재 수준에 머물게 되면 내년 상반기에만 3조원이 넘는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추정이다.

해당 상품 판매 잔액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증권업계도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만기가 도래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녹인(knock-in)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의 경우 상반기 만기 도래분 대부분에서 녹인이 발생한 상황이다.

상반기 만기 도래 ELS 상품 대다수에서 녹인이 발생했다는 것은 당장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만기 시점에서 최종 상환 기준선(통상 70%) 수준까지는 회복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즉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70% 수준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가입 기간 중 기초자산이 50% 아래로 하락하지 않아 녹인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만기 시점에서 기초자산 가격이 '녹인 기준선' 50%를 넘어야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녹인 발생 여부와 상관 없이, 만기 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면 기초자산 가격의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딘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노녹인(No Knock-in)형' 상품을 판매했는데, 노녹인 상품도 현재 홍콩H지수 기준으로는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녹인 상품은 녹인 기준선 없이,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최종 상환 기준선(통상 65%) 이상이면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주는데, 내년 상반기에도 현재 홍콩H지수 수준이 계속되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H지수 연계 파생상품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경제의 침체다.

중국 경제가 2021년의 중국 대형IT기업 규제와 대형 부동산 업체 파산 우려, 2022년의 미국 내 중국 기업 상장폐지 우려와 코로나19에 따른 상하이 봉쇄 등이 이어지면서 급격히 나빠지며  H지수가 5,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도 했다.

하지만 "2021년 ELS 판매 당시 이를 내다본 시장 전문가와 증권사는 없었다"고 은행권은 볼멘소리를 냈다.

이 같은 H지수 연계 파생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에 주요 은행들은 지난 6∼8월 대응팀을 구성하고 대고객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대안 상품 연결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왔다.

은행들이 펀드 사태를 겪으면서 판매 절차를 강화하기는 했지만 불완전 판매 논란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LS는 전문가들도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시중금리+α'를 기대할 수 있는 예금 상품처럼 수 조원대가 판매된 만큼 '원금 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민원과 분쟁이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은행권은 과거 펀드 사태와 달리 불완전 판매 등 위법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여러 펀드 사태를 거치면서 2021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뿐 아니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표준영업행위 준칙 등이 시행되는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규가 까다로워져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H지수 ELS 같은 이른바 고난도 상품의 경우 자체 조사 결과 90% 정도의 고객이 이전에 다른 ELS 등에 가입한 적이 있는 투자 경험자"라며 "고위험 가능성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완전 판매, 불완전 판매를 증명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으며 현실적으로 완전과 불완전 판매의 경계에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불완전 판매 논란을 완전히 피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증권사들은 불완전 판매가 주로 창구 직원의 설명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증권사 판매 ELS가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한다. 

증권업계의 경우에는 ELS 판매 경로의 약 80%가 '비대면 채널'인데 고위험 상품 가입을 너무 간단하게 한 것이 아닌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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