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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이게 무슨 꼴인가.
KB금융, 이게 무슨 꼴인가.
  • 정종석<발행인>
  • 승인 2014.05.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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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행 옛 추억으로 찾아가는 고객들의 빼앗긴 맘은..

필자는 30년 이상 국민은행이 주거래 은행이다. 첫 직장인 신문사에 다닐 때부터 국민은행을 통해 월급을 받았으며, 지금도 각종 공과금 납부는 물론 자동이체까지도 모두 국민은행을 통해서 한다.

사는 동네의 어귀에 있는 국민은행이 어느 날부터 KB라는 생소한 영문 알파베트를 앞에 붙인 새 로고 ‘KB국민은행’이 됐을 때는 은연중 뿌듯한 자부심이 들었다. 서민은행으로만 알던 국민은행이 이제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 차원 비상하는가 싶어서 하는 남다른 감회 때문이었다.

필자 뿐 만이 아니라 과거 개발경제 시대를 살아온 비슷한 연배들은 어려서부터 국민은행과 생활을 같이해 온 사람들이 많다. 창구가 항상 붐벼서 기다려야 하지만 소상공인은 물론 코흘리개들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은 서민은행이었다. 에어컨이 대량 보급되기 전에는 더위를 피해서 일부러 국민은행에 찾아가서 살짝 '피서'를 했던 추억들이 잔잔하다.
 
그런데 현재 KB라는 이름의 금융기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국민은행에 얽힌 과거의 좋은 인상과 추억을 깡그리 잊어버릴 정도로 기괴하고 추악한 모습들이 전개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00억원 규모의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을 놓고 이사들 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금감원이 특별검사에 착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KB 고위임원들이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를 이미 선정한 상태에서 서로의 잘잘못을 놓고 반목·갈등하는 이른바 볼썽사나운 ‘내홍’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IBM 전산시스템을 사용해 왔다. 국민은행이 이사회에서 유닉스 기반으로 전격 교체하기로 결정했지만,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이 은행·카드 전산시스템 교체 건에 대한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돌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전산시스템 전환은 국민은행이 그동안 추진해 왔고, 이사회에서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국민은행 감사가 반대해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백주대낮에 ‘대한민국 금융가 1번지’에서 벌어진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유닉스 시스템 공개 입찰에는 IBM뿐만 아니라 HP, 오라클 등 다국적 IT업체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그동안 외국의 거대 IT업체들이 군침을 흘린만한 좋은 '먹이감'이었다는 증좌다. 현재 IBM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주요 은행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두 곳 뿐이다.
 
그동안 유닉스와 주사업자 경합을 벌인 IBM은 국민은행의 교체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 측의 결정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사업자선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IBM은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 측이 반발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면서 오히려 힘을 실어주고 있다. 먹이감을 빼앗긴 업체로서는 현재의 판을 뒤흔들어야만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자연스레 나온다.
 
통상적으로 금융기관의 전산시스템 변경작업은 엄청난 이권과 특혜가 걸린 문제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게 은밀한 소문이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놓고 세간에서 상임감사의 단순한 돌출 행동으로만 보지 않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국민은행 내분은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기존 국민은행 임원진들 간의 알력과 암투를 넘어서 뭔가 꼭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보이지 않는 ’에트바스’가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현재 내분의 핵심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이 특정 회사의 시스템 채택을 제각기 필사적으로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이들이 유닉스와 IBM의 사활을 건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온다. 양측이 한사코 특정 사업자 만을 고집하다 끝내 충돌한 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대 다국적 업체들의  '이권 쟁탈전'을 대리한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동안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최고경영자들이 비자금 창구로 전산시스템 프로젝트를 활용한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번에는 서버 업체인 한국IBM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KB경영진의 내분이 사실상 양측의  '대리전'일 지 모른다는 가정을 구체화한다.
 
필자도 과거 현역 시절 은행을 비롯한 금융단 출입기자를 해 봤다. 그때만 해도 제1금융권인 은행 ‘화이트 칼러’들의 자존심이 대단했다. 의전이며 스타일이며 국제적인 감각까지도 모두 최고로 자부하며  '은행 지상주의'를 내세웠고, 다른 제2,3금융권 인사들을 이른바 '아류 금융인'으로 폄하하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지난 2001년 증권계 출신으로 통합 국민은행장이 됐다가 올해 초 작고한 김정태 당시 주택은행장의 사례가 생각난다. 기타 금융권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가 은행장에 취임할 때 “정통 은행인이 아닌 아닌 비주류 장사꾼”라며 제1금융권에서 홀대할 정도가 아니었던가.
 
엄격한 은행권의 잣대에서 볼 때 이번 KB금융의 내분은 가히 ‘내란’수준이라고 한다. IT시스템 전환 문제로 내부자가 그것도 핵심 경영진이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자기 손으로 청소할 일을 갖고 굳이 금감원이라는 ‘청소 용역사’를 불러들여 스스로 ‘내우외환’을 공표하고 자신들의 치부를 만방에 드러낸 꼴이다.
 
KB국민은행 내분사태는 이제 ‘외부 용역사’인 금감원의 조사결과에 따라 차츰차츰 ‘청소’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사람들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자중지란으로 자신들의 곪아터진 환부를 세상에 드러내고 “우리는 모르겠으니 알아서 처리해 달라”고 사태를 '자진헌납'한 셈이다.
 
최근 들어 잇따른 사고로 신뢰기반이 약화되었던 KB금융이 이번에는 금감원 정밀검사까지 받아야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무너진 것은 공신력 만이 아니다. KB금융을 애용했던 수많은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던져준 것은 어찌 할 것인가. 필자와 같은 평생고객들은 예전과 같은 맘으로 국민은행으로 다시 발걸음을 할 수 있을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와 생채기를 부인할 수가 없다.
 
일단 이번 사태를 수습한다고 해도 KB국민은행을 사랑하고 아꼈던 고객들에게 안겨준 허탈감과 배신감을 치유하는 것은 아마도 별개의 문제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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