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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와 '이건희 삼성'
박근혜 정부와 '이건희 삼성'
  • 정종석<발행인>
  • 승인 2014.06.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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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정치' 도입하고, '읍참마속(泣斬馬謖)' 용단 내려야

 정종석 발행인
지난 달 1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연 입원한 이후 벌써 50여일이 지났다. 총수가 두달 가까이 와병중인 삼성으로서는 사실상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은 지금 ‘사실상 경영공백 속'에서 '경영공백이 없는’ 희한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회장이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수가 자리를 비운 상태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모든 일을 일사분란하게 처리하고 있다. 총수의 의사결정이 그룹 운영을 좌지우지하는게 한국의 재벌문화이고 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자는 이건희 회장의 입원을 계기로 삼성의 ‘시스템 경영’에 새삼 주목한다. 이 회장이 입원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삼성 안팎 모두 ‘경영공백’에 대한 큰 우려는 없다는 평가다.

물론 삼성 안팎에 아무 일도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삼성에버랜드가 전격 상장을 결정한 일이다. 지난 달 발표한 삼성SDS 상장에 이은 두 번째 깜짝 발표였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라는 상징성과 이 회장의 입원이 맞물리면서 ‘경영권 승계’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도 전광석화처럼 진행 중이다. 아직 완성된 그림은 아니지만 주요 사업군 별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있다. 이재용 후계체제의 완성을 위해서 뭔가 치밀한 조율 속에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이같은 차분함, 또 총수의 와병 중에도 경영에 큰 혼선이 없는 것은 그룹 안에 고유의 시스템 경영이 뿌리를 내린 덕분이다. 이 회장은 경영 방향과 미래를 위한 투자 등 큰 틀만 지시하고 관여할 뿐 각 계열사별 CEO에게 경영 권한이 충분히 맡겨져 있다.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경영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회장의 뜻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회장이 평소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미래전략실과 각 계열사 사장이 협의해 결정하도록 미리미리 훈련을 잘 시킨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여기서 시선을 정치 쪽으로 한번 돌려보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문제가 표류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가 22일로 57일째 집무를 보고 있으나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낙마 위기에 몰려 초유의 인사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유례없는 국정공백 속 ‘인사대란’이라고 할 만 하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문 후보 인사 문제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43%,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48%로 처음으로 역전된 결과가 나왔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직무 수행 긍정률)은 전주 대비 4%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률은 5%포인트 상승해 취임 이후 부정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부정률이 긍정률을 넘어섰다고 갤럽이 평가했다. 갤럽이 보수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곳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과 부정률이 역전된 주요 요인에 대해 갤럽은 “문창극 총리 후보를 둘러싼 인사 문제”라며 “부정 평가자의 인사 문제 지적은 지난 주 20%에서 이번 주 39%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지금의 위기가 인사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한 경험을 되살려 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문창극 카드'는 결국 안대희 총리 사퇴 이후 악화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꼴이 됐다.

문 후보자 총리 지명 발표 순간부터 이미 ‘레임덕(lame duck, 권력누수 현상)’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정가에서 나온다. 안타깝게도 출범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까지 세간에 회자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한번 쯤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도대체 무엇을 잘못되어서 이 국면까지 오게 됐는 지를 말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는 인사의 기본 전제인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다 챙기는’ 이른바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의 통치 스타일이다. 박 대통령은 휘하에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부하들을 충성경쟁시켰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닮았다는 말을 듣는 이유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 정권에서는 책임총리의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필자는 박 대통령이 이제 삼성의 ‘시스템 경영’처럼 앞으로 박근혜 식 ‘시스템 정치’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잘못됐다면 그동안 고집해 온 정치와 인사 스타일을 이제는 뜯어고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가꿔 온 경영문화는 이른바 ‘시스템 삼성’의 정착이다. 전통적으로 삼성조직은 자리에 따라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다. 누가 하든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사람이 바뀌어도 업무공백을 최소화한다.

박근혜 정부도 이를 본받으면 어떨까. 이제라도 대통령은 국정 방향의 큰 틀만 지시하며 챙기고, 각 부처장관에게 권한을 준 다음 일을 믿고 맡겨야 한다.

또 개각 후보자를 인선할 때도 대통령의 수첩에 의존하지 말고(탑다운,top-down), 아래로부터 2~5배 후보자를 받은(보텀업,bottom-up)다음에, 이를 토대로 철저한 ‘시스템 인사’를 해보라는 것이다. 국무총리가 됐든 국무위원이 됐든 삼성조직처럼 자리에 따라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해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 분명해 진다.

인선을 할 때는 참모진과 해당 부처에 최대한 자율권을 주고, 대통령은 최종 결정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혹시라도 일이 잘못됐을 때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는 일도 없어지고, 사람이 바뀌어도 업무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삼성은 특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의 존재가 중요하다.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만들어진 이 조직은 회장을 보좌하면서 경영철학을 각 계열사에 전달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 일을 하는 곳은 청와대 비서실이다.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처럼 국정업무 조정을 한 뒤 각 부처에 재량권을 주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비서실의 크고 작은 '문고리 권력'들이 사심을 챙기면 안된다. 아쉽게도 이를 감시하는 것은 언론이 아니라 사실은 대통령의 몫이다. 인선과정이 모두 권력 핵심부에서 극비리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재 개각이 지연되는 바람에 각 부처에 수십 명에 이르는 국장급 자리가 비어있다고 한다. 임기가 지난 공기업 임원자리들도 넘실댄다. 지금처럼 청와대가 각 부처의 국,과장급 인사는 물론 대소 공모직 자리까지 시시콜콜 모두 챙겨서는 책임장관제의 실현이나 부처의 자율성 확보는 요원할 뿐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 집권 2년차에 불과하다. 김용준·안대희에 이은 세 번 째 총리 후보자인 문창극의 낙마는 그만큼 조기 레임덕을 불러올 수도 있을 중차대한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시스템 정치’를 구현해서 예측 가능한 국정을 펴나가길 바란다. 아울러 원활한 참모기능을 보완하기 위해서 필요하면 오랜 측근이라도 과감히 정리하는 ‘읍참마속(泣斬馬謖)’식의 용단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 정치’의 구현을 통해 인사스타일이 달라지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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