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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개조, 이대론 어림없다
국가 개조, 이대론 어림없다
  • 이도선
  • 승인 2014.07.0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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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칼럼>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국가 개조’가 거대 담론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우리 사회가 과연 이 지난한 과제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든다. 너나없이 떨쳐나서도 될까 말까 할 판에 온 사회가 편을 갈라 파쟁을 일삼으니 무슨 성과를 기대하겠는가. 국가 개조의 선봉에 서도 모자랄 처지에 외려 분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정치권이 특히 문제다.

  
영문도 모른 채 꽃다운 생을 마감한 단원고 학생 250여 명을 포함해 300명 넘게 희생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정치권은 달라진 게 전혀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누가 더 볼썽사나운지를 놓고 내기라도 하듯 남부끄러운 민낯을 경쟁적으로 드러내며 대한민국호(號)를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시킬 뿐이다. 대선 때에는 대통합을 부르짖다가 당선 후에는 ‘나 몰라라’ 외면하는 대통령이나, 제자리를 못 찾고 청와대와 야당 눈치 보기에 급급한 여당이나, 정권 발목 잡기에 이골이 난 야당이나 모두 오십보백보다.

  
우선 야당부터 들여다보자. 반대하는 게 야당의 일이라지만 반대도 반대 나름이다. 정정당당한 반대라면 누가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겠는가.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나 정략 차원의 반대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집권당의 거듭된 실정으로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제1야당이 지지율 30%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다.

  
세월호 사건을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를 박근혜 대통령이 재신임하자 야권은 ‘총리 하나 추천 못하는 무능 정권’이니 ‘관피아 개혁 포기’니 하며 맹비난을 퍼붓는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산시키고 ‘절차 민주주의’를 훼손한 장본인이 바로 자신들이면서. 그러고도 ‘오기 정치’ ‘불통 정치’ 운운하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새정치’라는 간판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구태다.

  
문창극 총리 후보 낙마는 비정상이 정상을 뒤덮는 후진 정치의 단면을 극명히 드러낸 사례다. 멀쩡한 언론계 중진을 반민족 친일파로 둔갑시킨 ‘인격 살인’이 대명천지에 버젓이 자행됐다. 세월호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국기(國基)가 가라앉았다면 문창극 사태로 이 땅의 민주주의가 침몰한 셈이다. KBS가 악의적 왜곡 보도로 서막을 열고, 정치에 오염된 일부 SNS 논객이 마구잡이 퍼나르기로 전선을 확대하면, 야당이 무차별 정치 공세로 상황을 끝내는 그럴듯한 역할 분담으로 이른바 ‘틀짓기(framing)’ 전략의 위력을 십분 발휘했다. 영락없는 광우병 괴담 재판이다.

  
그러나 기자라면 다 안다. ‘편집상의 문제’라는 변명이 얼마나 군색한지. 1시간이 넘는 설교를 3분으로 축약하든, 수백 쪽짜리 책을 두어 줄로 정리하든, 세월호 같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몇 마디로 간추리든, 사안의 핵심을 왜곡해도 괜찮다는 핑계는 결코 될 수 없다. 만약 그랬다가는 그는 이미 기자가 아니고 선동꾼이거나 거짓말쟁이다. 굳이 기자가 아니라도 온전한 상식만 있으면 누구나 알 일을 갖고 생떼를 쓰는 공영 방송의 초라한 몰골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차라리 “보수 인사라 무조건 낙마시키려고 했다”고 양심선언이라도 하라. 비겁해 보이지나 않게.

  
오도된 여론을 바로 잡기는커녕 거기에 부화뇌동한 일부 여권 인사의 무소신은 정말 마뜩잖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여권이 사태의 본질을 아직도 직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청문회를 손질하자는 주장부터 내놓는 게 그 증좌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문 후보 낙마는 KBS-SNS-야권 합작의 인민재판에 따른 것이므로 일의 순서가 틀렸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비로소 합당한 대안이 나온다. 문 후보를 지켜 내지 못한 잘못을 얼른 덮으려는 꼼수라면 또 다른 재앙을 부를 뿐이다. 마치 남의 일인 양 “안타깝다”고 했다는 박 대통령에게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박근혜표 신의’는 도대체 어디로 갔나?

  
이래서는 국가 개조는 어림없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분열이 아니라 화합이다. 결국은 소통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얘기다. 특히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고 있는 박 대통령은 민족 대통합이라는 역사적 소임을 한시도 망각해선 안 된다.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 또는 대변인의 등 뒤에 숨지 말고 국민과 직접 대화하고 야당과 직접 소통하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여당은 국민-대통령-야당의 소통 창구로 제대로 기능하고, 야당은 남보고 불통을 비난하며 막상 자기는 불통의 담을 더 높이 쌓는 자기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분열할 때마다 임진왜란이나 조선 망국 같은 엄청난 민족적 시련에 부딪혔음을 잊지 말자.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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